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대국민 사과·담화 과정에서 여러 번의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자신의 범죄사실을 덮기 위해 담화를 열어 사실을 왜곡하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은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날 정호성(47·구속 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국정 문건 유출이 이뤄졌다고 명시한 기간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다. 이는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청와대 문건의 유출 기간과 극명히 대비되는 장기간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며 임기 초반에만 국한된 비위였다고 해명했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유출된 국정 문건의 성격도 거짓으로 축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을 시인했던 지난달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을 최씨에게 보여줬고,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자료 등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이러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서술한 공소장에서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2월 비선실세 논란을 예고한 이른바 ‘십상시 문건’이 유출됐을 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이 공식 발언은 박 대통령 스스로가 문건 유출의 공범이던 때 이뤄졌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시민사회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거짓 해명 가운데 또 하나 컸던 부분은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자 핵심인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운영을 둘러싼 부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11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고 했고, 기업인들이 선의의 도움을 줬다고 규정했었다. 하지만 검찰 판단은 기업인들이 세무조사와 인허가 불이익을 두려워하고 돈을 뜯겼다는 쪽으로 이르렀다.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재단 출연금을 걷는 과정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가 있었다고 공소장에 서술하며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빼지 않았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공모 관계가 드러나며 그가 지난 4일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한 발언은 그저 꼬리 자르기 시도였음이 명확해졌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개인 비리를 시사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아이디어부터 박 대통령의 것이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그는 최씨에게 먼저 “기업체 출연으로 민간재단들이 설립되니 잘 살펴보라”고 귀띔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에 대해 “99%는 입증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대국민담화는 거짓말이었다
입력 2016-11-20 18:08 수정 2016-11-20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