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체육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에게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두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BS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 5월 25일 박태환측과 만나 올림픽에 나설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또 “(기업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 줄 수 있어. 그렇게 해주려는 기업도 나타났어”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국제수영연맹(FINA)이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김 전 차관과의 대화가 녹음된 시기에 박태환은 FINA의 징계에서 자유로워진 상태였지만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을 사용으로 징계처분를 받은 이는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 간 대표 선수 자격이 제한된다’는 자체 규정을 이유로 박태환의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박태환이 소속돼 있던 인천시청과 친박으로 알려진 유정복 인천시장까지 나섰지만 허사였다. 특히 유 시장은 “박태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고 읍소했지만 방침이 바뀌지 않았다. 당시 체육계에선 “친박 인사보다 더 힘이 센 차관”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문체부 직원들은 기자들을 만나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 불가 방침을 설명하기까지 했다.
이에 박태환은 7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해 국가대표 지위 및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인정받았지만 김 전 차관은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며 시간을 끌었다.
김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유독 엄격했던 것은 표면적으로 자신이 스포츠반도핑협약 부의장 및 세계반도핑기구 이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보다는 박태환이 각종 행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태환측은 이번 주 중으로 녹취록 전문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도 김 전 차관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올해 초 체육계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규모와 예산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단체를 1대 1로 통합한다는 정책에 많은 사람들이 반기를 들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가장 반대가 심했던 대한수영연맹이 스포츠 4대악 수사에 걸려 전무이사를 비롯한 임원 등이 구속됐다.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빌미로 김 전 차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통합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자기사람 심기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종용하고, 반(反)문체부 성향의 후보 출마를 막아줄 것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통합 대한체육회가 발족된 후에는 김 전 차관의 대학 동문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현재 이런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드러나는 김종 ‘체육계농단’
입력 2016-11-2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