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둘레길 곳곳 예술 작품… 등산로야? 갤러리야?

입력 2016-11-22 04:19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지은 국내 첫 공공예술도서관 ‘안양파빌리온’ 내부에 거푸집으로 사용한 합판과 시민이 기증한 가구 등으로 만든 대형 구조물 ‘무문관(無門關)’이 설치돼 있다. 바닥에는 안양 주변 암석 지형을 닮은 크고 작은 쿠션이 배치돼 관람객들이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이 지난 17일 APAP 작품 투어를 가기 위해 모이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 주차장에 설치된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작품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위). / 안양시 동안구 평촌 중앙공원에 설치된 티하우스를 학생들이 살펴보고 있다(아래).
안양시 만안구 관악산 둘레길에 설치된 안양상자집. 이 작품은 볼프강 빈터와 베르홀트 헤르벨트 공동 작품으로 우유 박스와 같은 재활용 재료를 이용했다(위)./ 안양시 동안구 범계역에 설치된 작품 ‘헬로, 안양 위드 러브’. 이 작품은 안양 시민뿐 아니라 안양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을 향한 환대의 상징이다(아래).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 내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관람객들이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작품 ‘거울미로’ 속으로 직접 들어가 살펴보고 있다.
“등산로에 이렇게 멋진 예술작품들이 있다니….”

지난 17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 산책로를 통해 관악산 둘레길을 걷던 등산객들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예술작품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안양시의 ‘안양 공공예술 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 일환으로 조성한 작품들이다.

2005년부터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APAP는 안양의 지형, 문화, 역사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어 도시 곳곳에 미술, 조각, 건축, 영상, 디자인,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공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대중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 자체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예술작품들을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어 시민들은 일상에 활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APAP 도슨트(작품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귀자(66)씨는 “APAP가 시민과 일상적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안양예술공원 내 안양파빌리온에서는 ‘APAP 작품 투어’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며 “APAP 작품 투어에 참여해 다양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추억과 낭만을 즐겨보기를 추천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네 번에 걸친 APAP를 통해 총 140여점의 예술작품이 안양예술공원, 학운공원, 평촌 등지에 설치됐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도심 곳곳에 배치된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양에 15년째 거주하는 정은숙(45)씨는 “바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는 기분”이라며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가까운 공원이나 아파트 주변에서 유명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도시 전체가 갤러리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개최되는 5회 APAP는 지난달 15일 시작해서 12월 15일까지 두 달간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시내 일대에서 개최되고 있다. APAP 5에서는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장르로 진화한 공공예술을 소개한다. 수십명의 국내외 작가들은 물론 안양과 주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회화, 조각 작품 외 영화, 패션, 사운드, 퍼포먼스 등 새로운 분야와 결합하는 시도를 통해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보인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정재왈 대표는 “안양시내 곳곳을 지나다 보면 감각 넘치는 공공예술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며 “이는 모두 APAP를 통해 선보인 작품으로 십수년째 시민 곁에 머물며, 안양을 우리나라 공공예술 대표 도시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삭막했던 공업도시 안양은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새로운 예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안양=사진·글 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