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만든 인공지능이 내로라하는 퀴즈왕들을 꺾었다. 상담과 법률, 특허 등 전문 분야에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로봇과 자문 전문가의 합성어)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공지능 로봇 ‘엑소브레인’이 장학퀴즈 상·하반기 우승자와 수학능력시험 만점자 등 4명을 제치고 우승했다고 20일 밝혔다. 우승 상금인 2000만원은 울산 수해지역 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엑소브레인은 인간처럼 문장을 분석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언어지식을 학습하고 저장하는 지식 축적 기술을 갖췄다. 질문을 이해하고 정답을 추론하는 자연어 질의응답 기능도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10년 계획 사업의 첫 단계인 언어처리기술 개발이 완료된 셈이다. 상담과 법률, 특허 등 전문지식 질의응답에 적용하고 영어 사용이 가능토록 하면 개발이 종료된다.
엑소브레인의 경쟁자는 IBM ‘왓슨’이다. 왓슨은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슈퍼컴퓨터다. ETRI 이윤근 연구부장은 “기계학습,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왓슨보다 문맥 정보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TRI 김현기 연구실장은 “왓슨은 7년간 1조원이 투입됐다면 엑소브레인은 훨씬 적은 돈(61억원)으로 4년 만에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엑소브레인은 알파고와 포지션이 다르다. 알파고는 구글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알고리즘 연산을 장기로 한다. 엑소브레인이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만물박사라면 알파고는 결정을 내리는 사령관인 셈이다.
엑소브레인과 대결을 펼친 대원외고 2학년 이정민(올해 장학퀴즈 하반기 우승자)양은 “사람과 달리 엑소브레인은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추론능력과 직관까지 갖춘다면 인간의 보완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 수준의 언어 분석·논리적 추론은 조만간 인공지능이 맡게 될 것”이라며 “인간에게는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이 요구될 것이며 일자리 지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국내 토종AI ‘엑소브레인’, 수재들과의 퀴즈대결서 압승
입력 2016-11-21 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