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주역 3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아직 숱한 난제들이 쌓여 있다. 핵심 범죄의 공범으로 명시된 박근혜 대통령 측은 “수사가 공정성을 잃었다”며 조사 협조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여기에 특별검사법이 통과되면서 시간은 빠듯한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 무시 전략으로 방향을 튼 대통령과 예고된 특검 사이에서 3주짜리 시한부 수사를 끌고 가야 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동시에 구속 기소한 뒤 “특검 활동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 수사한다”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검찰은 길어야 3주 정도 수사할 시간이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대통령 조사도 없이 결론을 내렸다”며 “공소장에 적힌 대통령의 관여 여부나 공모 부분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지난 17일 “내주에는 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유 변호사는 이날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6시간이 지나 반박 자료를 냈다. 검찰이 내놓은 ‘답안지’를 보고 검찰 조사 거부가 상책이라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 강제수사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론이 안 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앞으로 정식 소환장을 보내 압박하는 카드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이 응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방법은 없다.
검찰은 박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 뇌물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삼성이 독일의 최씨 모녀 회사에 직접 송금한 280만 유로(35억원)를 연결고리로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드러난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불법적 특혜 제공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한 차은택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해 재판에 넘기는 작업도 남아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최씨의 외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둘러싼 비리 진상을 밝히는 일도 당면과제다. 이들 수사에서 박 대통령의 공모 관계가 추가로 드러날 개연성이 높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비호·방조 의혹 부분도 특검 가동 전에 결론 낼 계획이다.
결국 시간에 쫓기는 검찰이 범죄 단서가 확연히 드러난 부분 외에 국정농단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세간의 관심 사안인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이나 최씨가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고 박 대통령의 각종 의상을 챙겨준 경위, 최씨 일가의 불법적 재산 형성 의혹 등 규명은 특검에 바통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물 건너간 ‘朴 대면조사’… 檢, 뇌물 혐의 수사 집중
입력 2016-11-20 18:10 수정 2016-11-21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