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0일부로 대한민국에서 국민들로부터 막중한 권한을 부여받은 한 축이 무너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박근혜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선거를 통해 합법적 권한을 가진 두 축 가운데 이제 남은 곳은 정치권뿐이다. 이들마저 제 역할을 못 하고 표류해버린다면 국정공백 상태는 장기화되고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단 정치권도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절감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권주자들은 이날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개최해 대통령의 퇴진을 재차 촉구하고 야3당과 국회에 탄핵추진 논의 등을 요청했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이제 국민들이 정치권에 주문하는 것은 단순 명료하다. 모든 정당과 정파가 개인의 사리사욕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궁극적 목표가 집권에 있고, 유력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꾸는 게 당연하지만, 이는 평상 시국에 해당되는 얘기다. 비상 시국인 지금은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행동할 때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을 옹호하고 그 권한을 여전히 인정하겠다는 친박근혜계를 제외한 전 정당과 정파를 아우르는 논의 기구가 시급히 발족돼야 한다. 여기서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을 거둬들이는 절차가 협의돼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국정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이다. 이게 여야 합의로 도출된다면 더 이상의 국정 혼란을 막는 동시에 국민들은 촛불을 내려놓고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이 버티기로 전환하며 국정 장악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만큼 당장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게 우선이다. 앞서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할 경우 임명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마저 거부하지는 못할 게다. 총리가 과도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총괄토록 하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민들 앞에 나와 2선 후퇴를 공식 선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도 적극 추진할 시점이 됐다. 발의만으로도 대통령과 그의 주변 세력에 대해 강한 압박이 될 수 있으며, 국회에서 가결되는 즉시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시킬 수 있다.
시간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치권에게도 많지 않다. 야3당과 대권주자들은 언제까지 백가쟁명 식 해법을 내놓으며 허송세월만 할 텐가. 국민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정치권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회수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물리적으로 되찾아오겠다고 나설 태세다. 여야 정치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하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사설] 정치권, 새 총리부터 뽑아보라
입력 2016-11-20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