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마실 만한 물

입력 2016-11-20 21:13

어린 시절 서울 관악산 중턱에 설치된 약수터에서 바가지에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산길을 오르다 몸에 열이 오르고 갈증이 나는 시점에 시원한 약수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어렸을 때인데도 ‘캬아∼’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로 지정돼 있지만 사실 주변에서 물 구경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서울엔 한강이 흐르며, 제가 사는 서울 양천구 목동 옆으로는 안양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들은 물을 마셨을 것입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생수 한 병, 정수기에서 내린 물 한 모금, 집에서 끓인 보리차…. 우리 주변에 물은 차고 넘칩니다.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 가운데 마실 만한 물이 있었습니까. 메마른 내 영혼, 영적 갈증으로 쩍쩍 붙어버린 내 인생의 목구멍을 촉촉하게 적셔준 ‘마실 만한 물’을 여러분은 경험했습니까.

요한복음 4장에는 목마른 여인이 등장합니다. 수가성 우물가의 여인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혼 경력 때문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도 부끄러웠고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정오에 우물가로 나왔습니다. 뜨거운 태양빛에 물을 길러 나오는 것이 힘들기도 했고,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영원히 솟아나는 샘물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목말랐습니다.

출애굽기 15장을 보면 ‘마라의 쓴물’이라는 또 다른 물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를 건너면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놀라운 기적을 생생히 보았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 광야를 걸으며 물을 마시지 못하다가 ‘마라’라는 동네에서 쓴물을 만나게 됩니다. 목은 마른데 눈앞에 보이는 물이 마실 수 없는 쓴물임을 알게 되자 이들은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요한복음의 우물가 여인 이야기나 출애굽기의 마라의 쓴물 이야기 모두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도 인생 가운데 이와 같은 마라의 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마라의 쓴물, 우물가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아들아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인생 가운데는 마라의 쓴물이 언제나 등장하기 마련이야”라며 우리를 토닥이고 계십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쓴물을 마신 분은 예수님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에 두고 사람들의 배신, 육체적 수난, 수치 가운데 고난의 쓴잔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예수님이 고난당하심으로 우리들의 모든 쓴잔을 대신 마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 4:15)

우리 인생 가운데 늘 행복하고 기쁜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마라의 쓴물을 마셔야 하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고난의 한복판에서도 쓴물을 단물로 바꾸실 하나님의 기적을 기대하며 믿음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향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확고히 붙잡을 때 믿음이 견고해집니다.

아침마다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마실 만한 물이 없는 이 시대에 영원한 샘물이 되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마라의 쓴물이 기적의 단물로 바뀌는 은혜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유성택 목사 (서울 대흥교회)

약력=△총신대 신대원 목회학석사, 총신대 일반대학원 신학석사 △미국 풀러신학교 목회학박사 과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