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확실한 것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하는 말이다. 불확실성을 돌파하기위해 우리 주변 관련국들은 분주하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벌써 트럼프를 만났고, 북한도 미국의 민간 대북 전문가들을 만나 대미 관계 탐색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미 관계는 북핵 문제나 사드 배치 등 한반도 안보와 직결돼 있어 매우 중요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 내내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 온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향후 대미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기존 미국 중심 질서에 도전하는 형태로 받아들이고 있고, 중국은 협력하는 중·미 관계에 초점을 맞춘 ‘신형 대국 관계’ 구축을 도모하면서 국제질서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려고 애쓰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두 나라의 관계는 친구와 적의 합성어인 프레너미(frenemy)나 파국을 원치 않는 갈등 속의 협력을 나타내는 투이불파(鬪而不破), 치열한 평화(fierce peace)로 표현될 만큼 복잡하다.
중국은 일단 트럼프의 당선을 외교·안보적 기회의 증대와 경제적 도전의 병존으로 본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 내내 중국이 인위적인 환율조작 등을 통한 불공정 무역 행위로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국내 경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당장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을 수정할 것이고, 보호무역주의에 근거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폐기할 것이므로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군사동맹이 느슨해진다면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오바마 정부보다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경제를 강조하면서 외교·안보 분야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은 트럼프와의 대화 공간이 더욱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당선 축전에서 “양국은 세계 양대 경제체로서 충돌이나 대립을 하지 않고 공동으로 갈등을 해결하기를 기대한다”면서 공동 번영을 위한 안정적 관계 유지를 희망했다. ‘양대 경제체’라는 말로 중국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과 미국의 일방적인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한 반대의사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특수한 중요책임(特殊的重要責任)’이라는 말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분명한 역할도 강조했다. 중국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며 협력하자는 호소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트럼프의 구체적 대중 전략은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일단 트럼프의 대중 인식과 비판은 경제문제에 집중돼 있다. 외교·안보적 중요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미국 제일주의(American First)가 결코 미국 국내 문제만 가지고 해결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막강한 위상을 방치하는 것은 이 지역 안보의 방벽 역할을 해온 동맹 네트워크를 침식시킬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진영이 모를 리 없다. 안보 등에 대한 무형의 이익이 계산되지 않았을 뿐이다. 게다가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국가이므로 의회의 대중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이 밀린다고 판단되면 트럼프와 의회가 외교·안보적으로도 더 거칠게 중국을 다룰 수도 있다.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미·중 대결이 다가오고 있다.
강준영 중국정치경제학 한국외대 교수
[한반도포커스-강준영] 트럼프를 보는 중국의 눈
입력 2016-11-20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