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창 50:20)
요셉이 자신을 해치려 하던 형들을 보복하지 않고 모든 것을 선하게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장면이다. 얼마나 멋이 있는 승자의 개가인가.
돌이켜보면 나는 목사로서 누구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인생 대학원’을 다녀왔다.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억울한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모두가 감사한 것뿐이요 감격스러움 그 자체였다.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요 13:6) 예수님의 이 말씀을 생각할 때마다 “아멘, 아멘”을 되뇌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은 오묘하며, 말씀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하게 경험하고 있다.
귀신의 힘으로 점을 쳐서 번 돈을 주인에게 상납하는 여자가 성경에 등장한다. 바울과 실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 귀신을 내쫓았다. 그랬더니 그 주인은 수입이 끊어졌다고 고발해 바울과 실라는 매를 맞고 수감됐다. 캄캄한 밤, 그들은 원망하고 불평하는 대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송했다. 그랬더니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나는 내 삶 속에서도 날마다 일마다 크고 작은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 신군부와 악연이 없었더라면 아마 내가 꼭 해보고 싶었던 목회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시기에 새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나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1984년 영락교회를 사임했다. 사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20년 전에 떠난 영은교회 장로님들이 찾아오셨다. “목사님, 전에는 젊으셨던 목사님이 목회를 더 배우고 싶다 하셔서 우리가 할 수 없이 보내드렸지만 이제는 때가 되었습니다. 우리 교회로 다시 모시고자 이렇게 왔습니다.”
20년 전에 떠난 목사를 다시 부르겠다니….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러나 나는 뜻한 바가 있기에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정중히 사양했다. 그러면서 내가 계획 중인 바를 말씀드렸다.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가시던 장로님들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려움이 너무도 많았다. 교인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 강당을 빌리려 했는데 “박 목사님 때문에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앞이 캄캄했다. “박 목사에게 강당을 예배 처소로 빌려주면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했더니 내게는 대출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제2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서울 삼성동에 있는 빌딩 한 층 전체를 빌렸다.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예배당을 준비할 때 느낀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갈보리 교회의 시작이었다.
갈보리교회는 독립교회로 시작했다. 한국교회로서는 낯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신앙노선은 장로교 노선을 택했고 조직은 회중교회 형식을 따랐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성령이 자유롭게 역사하는 교회로 출발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 마음에 드는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오직 하나의 소원이었고 기도 제목이었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역경의 열매] 박조준 <16> 영락교회 끝내 사임… 독립교회로 새 출발
입력 2016-11-2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