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코트 노장들 변신은 무죄

입력 2016-11-19 00:08 수정 2016-11-19 00:38
원주 동부의 ‘빅맨’ 김주성이 지난 1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정규리그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 김주성은 올 시즌 신들린 3점슛으로 소속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KBL 제공
소속팀의 승리를 위해서 변화를 마다않는 노장 선수들이 있다. 센터 김주성(38·원주 동부 프로미)과 포워드 문태영(39·서울 삼성 썬더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평소 친숙하지 않았던 3점슛을 장착해 팀플레이에 녹아들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동부와 삼성은 우승후보군에서 멀다는 평가과 달리 시즌 초반 상위권에 포진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주성은 2002-2003시즌 프로농구에 데뷔한 국내 리그 대표 빅맨이다. 205㎝의 키를 활용해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 블록슛 등 인사이드 플레이에 강점을 보여 왔다.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할 때도 한국 농구의 기둥 역할을 했다.

그가 처음부터 3점슛을 쏜 건 아니다. 데뷔 이후 6시즌 동안에는 단 한 개의 3점슛도 넣지 않았다. 2014-2015시즌까지 프로 13시즌 통산 3점슛 기록은 경기당 평균 0.046개에 불과했다.

그랬던 김주성이 지난 시즌부터 3점슛에 발동을 걸었다. 66개를 시도해 32개를 성공했다. 경기당 평균 3점슛은 1.2개, 성공률은 48.5%로 높았다.

올 시즌 김주성의 3점슛은 무서울 정도다. 1라운드 9경기 평균 2.22개의 3점슛을 넣었다. 서울 SK의 슈터 변기훈과 함께 부문 공동 4위다. 성공률은 무려 55.6%로 리그 1위다. 전문 슈터 못지않은 슈팅능력이다.

김주성은 지난 15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3점슛 4개 포함 21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오리온에 역전을 허용한 4쿼터 3점포 2방을 꽂으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는 “나까지 포스트로 들어가면 공간이 너무 비좁다. 내가 외곽슛을 던지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고 3점슛을 꾸준히 시도하는 이유를 밝혔다.

김주성이 외곽으로 나간 덕분에 팀플레이도 수월해졌다. 인사이드 공격을 선호하는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와 부딪힐 일이 없다. 패스의 흐름도 원활하다.

문태영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0.28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그는 포워드지만 그동안 3점슛보다 확률이 높은 2점짜리 공격을 선호했다. 정확한 미들레인지 점프슛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2014-2015시즌 울산 모비스 시절 3점슛 성공률은 23%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한 뒤 3점슛을 연마했다. 경기당 평균 3점슛을 0.8개까지 끌어올렸고, 43%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의 주문도 있었다. 페인트 존에서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나 토종 빅맨 김준일과의 동선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문태영은 틈만 나면 3점슛을 연습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들과 계속 골밑 몸싸움으로 승부할 수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태영이 외곽을 돌자 삼성의 공격 옵션도 늘어났다. 인사이드에서 동료 김준일의 활동 범위가 늘어났다.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한 문태영은 총 16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경기당 평균 1.6개꼴이다. 성공률은 47.06%다. 김주성처럼 작정하고 쏘는 건 아니지만 3점슛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던지는 모습이다.

오랜 기간 해왔던 플레이를 단기간에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베테랑 선수들의 노력 덕분에 삼성(8승 2패)과 동부(6승 3패)는 각각 시즌 초반 1위, 3위를 차지하며 전통의 강팀 면모를 되찾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