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 이틀 연속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시상대 최상단에 올라선 ‘마린보이’ 박태환(27)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제10회 아시아수영연맹(ASF) 선수권 대회 2관왕에 오른 그는 이내 여유를 되찾고서 자신을 응원해준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박태환이 18일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4초68로 터치패드를 찍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자유형 200m에 이어 2종목을 연속 석권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박태환은 이날 오전 열린 남자 400m 예선에서 3분52초74의 기록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하며 2관왕 달성을 예고했다. 결선에서도 시종일관 압도적인 레이스를 이어갔다. 초반부터 거세게 물살을 가르며 2위 그룹과 격차를 벌렸다. 박태환은 2위 이마이 츠바사(일본·3분51초09)보다 무려 7초 가까이 빨리 결승점에 도달했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5초65로 부진하는 등 통산 네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당시에는 국가대표 자격을 되찾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써버리는 바람에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을 보였다. 테스토스테론은 근력과 골밀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금지약물로 지정돼 있다. 때문에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는 지난 3월 풀렸지만 대한체육회가 ‘금지약물 복용 적발 선수는 3년간 자격을 상실한다’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앞세워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박태환은 법원의 가처분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잠정 처분을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에 나섰으나 마린보이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리우올림픽을 허무하게 마친 박태환은 이후 절치부심했다. 지난달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5초01초, 400m에서 3분43초68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이번 수영선수권에서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어느 정도 되찾아 가는 모습이다. 전날 200m 결선에서 써낸 1분44초80의 기록은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한다. 자신의 주 종목인 400m까지 우승을 차지해 자신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박태환의 금빛 레이스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는 19일 자유형 100m와 1500m, 20일 자유형 50m에 차례로 나서 금메달 추가를 노린다.
한편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이호준(15·서울사대부설중)은 3분55초91로 7위를 기록했다. 이호준은 예선에서 3위로 결승에 올라 3번 레인에 배정됐고, 수영 선배 박태환의 바로 옆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부활한 마린보이, 亞 챔피언 역영
입력 2016-11-18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