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은 다시 시작됐다. “아씨오!” 해리포터의 소환 주문이 통한 모양이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를 또 한 번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원작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야기) 작품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원작에서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시간적으로는 70여년 전의 일이다. 참고로,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배우던 교과서가 바로 ‘신비한 동물사전’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마법동물 학자인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마법동물들을 연구하고 구조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한다. 그러던 1926년 미국 뉴욕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뉴트가 마법동물들로 가득 찬 가방을 실수로 잃어버린 것이다. 가방에서 탈출한 동물들이 말썽을 피우면서 미국 마법의회 감시망에 포착된다.
당시 미국 사회는 마법사와 노마지(영국 ‘머글’의 미국식 표현·마법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 사이의 벽이 존재했다. ‘인간 세계에 살고 있는 마녀와 마법사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적개심에 찬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계층 간 갈등과 대립의 모습은 오늘날 현실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뉴트는 마법동물들을 되찾고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직접 나선다. 우연히 사건에 얽히게 된 노마지 제이콥(댄 포글러)과 마법사 자매 티나(캐서린 워터슨)·퀴니(앨리슨 수돌)가 힘을 보탠다. 이들이 지켜나가는 포용과 공존의 가치는 적잖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마다 생김새와 특성이 다른 11종의 마법동물들은 등장만으로 즐거움을 준다. 나뭇잎처럼 생긴 순둥이 보우트러클, 마법세계의 히로그리프와 닮은 천둥새,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는 능력과 예지력을 지닌 데미가이즈, 순은으로 된 알을 낳은 오캐미까지…. 특히 반짝이는 물건이라면 뭐든 챙기고 보는 마법동물 니플러가 뉴트에게 잡혀 주머니를 ‘탈탈’ 털리는 장면은 극도의 귀여움을 발산한다.
영화는 네 편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이끈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연출했다. 원작자 J.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어린 시절 ‘해리포터’ 시리즈를 사랑한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팬들의 반가움을 방영하듯 ‘신비한 동물사전’은 개봉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는 나흘 만에 관객 140만명을 동원했다.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같은 날 개봉한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누적 관객수 28만명)을 압도한 모양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총 5부작으로 제작된다. 추후 네 편의 시리즈가 더 나온다. 이번 1편은 다소 설명이 장황하고 이야기구조가 헐거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서 앞으로 그려질 세계가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지금의 세기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 시리즈들을 못 봤겠죠.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어릴적 꿈을 다시 깨워줘서 고마워요.” 관객 평을 살펴보니 이 작품의 귀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신비한 동물사전’ 어릴적 꿈꿨던 마법의 나라로 [리뷰]
입력 2016-11-20 18:46 수정 2016-11-20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