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한 뉴스만을 골라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뉴스의 뒷이야기를 털겠습니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50분, 방송인 김구라가 JTBC ‘썰전’을 시작하면서 내뱉는 오프닝 멘트다. TV 라디오 신문에서는 접하기 힘든 뉴스의 이면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프로그램명 아래 이런 소제목이 붙어 있다. ‘독한 혀들의 전쟁’.
어쩌면 많은 시사프로그램이 내건 슬로건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썰전은 시사 이슈를 다룬 프로그램 중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왔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부터는 방송가 최고의 화제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썰전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막강의 삼각편대
썰전은 시작부터 색달랐다. 2013년 2월 21일 처음 전파를 탔는데, 삼각형 모양의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세트장부터 이목을 끌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각각 대변하는 새누리당 강용석 전 의원,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 소장이 출연해 정국을 논평했다. 여기에 김구라의 입담이 가미되면서 전례 없는 ‘정치 예능’의 출현을 알렸다.
썰전의 인기는 올해 들어 더 치솟았다. 제작진은 총선을 3개월 앞둔 지난 1월 출연자를 교체했다. 사실상 썰전의 ‘시즌 2’가 시작된 것이다. 제작진은 보수 성향의 전원책 변호사를 섭외했고, 진보 진영에서는 참여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유시민 작가의 등판을 이끌어냈다.
예상대로 이들의 촌철살인 해설과 논평은 큰 관심을 끌었다. 총선을 앞두고 시청률은 5%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썰전의 녹음파일은 팟캐스트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썰전은 가십성 내용을 많이 다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깊이 있게 이슈를 파고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십성 내용이 빠지면서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중들이 방송 매체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되새기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썰전의 인기 요인은 진행자 김구라를 필두로 세 출연자가 벌이는 입담과 논리 대결이다. 윤이나 TV평론가는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해 대중들이 궁금한 부분을 건드려주고 있다”며 “이들 두 사람이 출연한 뒤부터 시청자들이 썰전에 바랐던 완벽한 ‘삼각형’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시청률은 허탈감의 수치”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7일 방영된 썰전의 시청률(전국 유료방송 가입가구 기준)은 8.2%를 기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동시간대 선보인 프로그램들까지 제친 성적이다. 썰전의 전주 방송분 시청률은 8.1%였다.
제작진은 “뉴스의 뒷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려고 노력한 점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두고 반색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동희 책임프로듀서(CP)는 “최고 시청률을 갱신해도 전혀 기쁘지 않은,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썰전의 높은 시청률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가 반영돼 있을 것”이라며 “기쁨보다는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썰전은 방송 사흘 전인 매주 월요일 2∼3시간 걸쳐 녹화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보도된 ‘뉴스’는 제대로 녹여내기 힘들다. 전 변호사는 지난 17일 방송에서 “최순실 파문으로 매일매일 뉴스가 쏟아지니 생방송으로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 CP는 “녹화일과 방송일 사이에 터지는 뉴스는 녹화를 추가로 진행하거나 관련 화면 편집을 통해 방송에 녹여내고 있다”며 “썰전은 뉴스를 재빠르게 전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현안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이것을 재미있게 편집해 선보이는 것이 썰전”이라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님은 뜨거운 가슴을, 유 작가님은 차가운 이성을 가진 분입니다. 김구라씨는 환상의 조율 능력을 갖추고 있죠. 시청자들로부터 ‘공부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만의 색깔을 지켜나가면서 겸손하게 방송을 만들 겁니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꽉 막힌 정국 뚫는 ‘사이다 정치예능’… ‘순실게이트’로 인기 JTBC ‘썰전’
입력 2016-11-2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