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TV ‘최순실 패러디’

입력 2016-11-21 00:03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최순실씨 모습을 흉내 내 웃음을 자아낸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 이수지(왼쪽 사진)와 ‘SNL 코리아’의 배우 김민교. 방송화면 캡처

방송가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조롱하거나 패러디하는 내용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번 사태와 연관된 내용을 끌어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부조리한 세태 풍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코미디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는 최근 들어 최순실 국정농단을 개그 소재로 자주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개그우먼 이수지가 최순실씨처럼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등장해 폭소를 이끌어냈다. 지난 13일에는 대표적인 코너 중 하나인 ‘민상토론’에서 신랄한 풍자가 이어졌다. 개그맨 김대성은 동료 유민상을 ‘최순실 최측근’으로 몰아세웠고, 답답한 마음에 유민상이 테이블에 놓인 대본에 화풀이를 하자 “연설문을 뜯어고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최순실 패러디’에는 tvN이 만드는 생방송 코미디쇼 ‘SNL 코리아’도 가세했었다. 지난 5일 방송분에서는 개그맨 유세윤이 승마복을 입고 등장해 “엄마 신발 찾으러 왔다. 브라다(프라다) 브라다”라고 말했다. 프라다 구두를 신고 검찰에 출석했던 최씨의 당시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배우 김민교는 개콘의 이수지처럼 하얀 블라우스에 선글라스 쓴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현 세태를 에둘러 비꼬는 장면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실제론 참 순하고 실한데’ 등의 문구가 적힌 자막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

세태 풍자에서 한 발짝 비껴서 있는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31일 MBC 주말극 ‘옥중화’에서는 종금(이잎새)이 무당을 집으로 부른 장면이 담겼는데,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제막식에 사용된 오방낭(오색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이 등장했다. 무당은 오방낭을 설명하면서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