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의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수시면접장은 짜고 치는 도박판을 방불케 했다. 면접장에 들어온 ‘비선실세’ 최순실씨(60·구속)의 딸 정유라(20)씨는 “금메달 보여드려도 되나요?”라며 면접관 앞에서 금메달을 꺼내보였다. 입학처장은 면접 시작 전 “금메달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는 지시를 내린 터였다. 면접장에 소지품을 가져오는 건 금지된 행동이었다.
면접 쉬는 시간, 교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교수가 “정유라 앞의 2명은 성장 가능성이 없다”며 정씨에게 점수를 높게 주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탈락시킬 2명의 수험번호까지 불러줬다. 면접관으로 참여한 교수들은 이 둘의 면접 점수를 일부러 낮췄다. 결국 1차 서류평가에서 9등이었던 정씨는 결원 1명을 제외하고 2명을 제쳐 21명 중 6등이 됐다. 정씨의 ‘황제입학’을 위해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18일 교육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화여대 감사 결과를 발표, 정씨의 입학 취소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감사 결과 입시부정에 정씨도 직접 관련된 사실이 확인돼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혜는 입학 후에도 이어졌다. 정씨는 2015학년 1학기, 2016학년 1학기, 여름 계절학기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출석인정 증빙 자료도 없었다. 교수가 대신 과제를 해주기도 했다.
정씨가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 기말과제를 내지 않자 담당 교수였던 이인성 교수는 대신 과제를 해서 제출하기까지 했다. 온라인 강좌인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수업도 오프라인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출입국 기록 조회 결과 시험일인 6월 11일 정씨는 해외에 있었다. 담당 교수는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 이인화(본명 유철균)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대가 정씨를 위해 체육특기생 선발 종목에 승마를 추가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미 체육대학이 2011년부터 승마특기생 선발을 논의해왔기 때문이다.
맞춤형 학칙 개정 의혹은 아직 남아 있다. 개정안은 학생이 국제대회에 출전했을 시 증빙서류가 있으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원래는 2학기인 9월 1일부터 적용하도록 지난 4월 교무회의에서 정해졌다. 그러나 지난 6월 교무회의에서 갑자기 3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하도록 방침이 바뀌었다. 조사에서 한 학교 관계자는 “6월 교무회의에서 학칙 개정 적용 시점을 보고 최경희 전 총장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자 당시 교무처장이 ‘이걸 놓쳤습니다’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총장이 정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개정된 학칙을 소급 적용토록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전 총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에서 “최 전 총장이 남궁곤 당시 입학처장에게 ‘정유라를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여럿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최 전 총장과 최순실씨, 정씨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입시·학사관리 특혜를 준 교수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한편 이들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할 예정이다. 최 전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18명, 최씨 모녀 2명 등 총 20명이 대상이다. 구체적인 처분 수위는 감사처분위원회를 거쳐 다음주 초쯤 정해진다.
윤후정 명예총장 등 재단 차원,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행정감사의 특성상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이대 교수들, 정유라 면접 때 작전하듯 몰아줬다
입력 2016-11-1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