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14번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출제 당국의 허술한 출제·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수능 출제 오류를 막으려고 도입한 여러 장치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1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4·2015학년도 당시 출제 오류로 홍역을 치르면서 수능 문항 검증 시스템은 대폭 강화됐다. 문항을 검토하는 인원에 출제 인원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했다. 출제위원장과 동일한 급의 인사를 검증위원장으로 세워 출제와 검토를 ‘투톱’으로 세웠다. 또한 출제 위원들이 1차 검토본을 내면, 검토 위원들이 학생 입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피드백을 하도록 했으며 다른 영역 출제·검토 위원들이 교차 검토를 하도록 했다. 이후 별도의 문항점검위원회 등 겹겹의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980개 문항이 결정되도록 했다. 김영욱(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 수능검토위원장은 17일 “오류 없는 문항에 신경썼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허언’이 됐다.
이번 수능에서 나온 한국사 14번 오류는 매우 초보적인 실수란 지적이 나온다. 1904년 창간된 대한매일신보의 활동을 물었다. ①번 ‘국채 보상 운동을 지원하였다’가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이다. 하지만 ⑤번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하였다’도 정답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은 1905년 11월 20일 최초로 황성신문에 게재됐지만 대한매일신보에도 일주일 뒤 실렸다.
입시 업체들은 ⑤번 보기에 ‘최초’란 단어가 빠지면서 오류가 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오류는 2015학년도 수능 영어 25번을 연상시키는 초보적인 실수란 것이다. 당시 출제 당국은 퍼센트(%)와 퍼센트의 수치 차이를 비교하는 퍼센트 포인트(%P) 개념을 간과해 출제 오류를 범했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출제자들이 최신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였는데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발표했지만 세계은행의 최신 통계에선 반대였다.
수험생들은 “한국사여서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이 많았다. 국어 영어 수학에 비해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사 14번에 ⑤번을 체크한 서모(18)양은 “복수정답이 인정되면 맞게 되긴 하겠지만 가채점 결과 2등급으로 나와서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수능이라면 수험생들이 헷갈리는 일이 없도록 정제된 문제를 만들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로선 뼈아픈 실책이다. 수능 시험에서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어서 더 곤혹스러운 처지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오는 28일 공개되는데 강력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주도로 제작되고 있고 출제 오류를 범한 곳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어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두 사안의 컨트롤타워는 교육부여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글=이도경 임주언 기자 yid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2017학년도 대입 수능] ‘국정화’ 공개 앞두고 한국사 오류… 난감한 교육부
입력 2016-11-1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