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보면 복음 전할 생각에 가슴 뛰어요”

입력 2016-11-20 21:16
경기도 고양시 송포로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오은국 고양일산YFC 대표가 다음세대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 후원금과 매주 교회 교육부서에서 사역한 사례비 등을 합치면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은 약 150만원. 이 돈은 주중에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간식비 등 청소년들을 위해 고스란히 쓰인다. 두 아들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청소년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자비량 교육 강사’를 자청했다. 서울과 경기도 고양, 안양 등에 있는 7개 중·고등학교에서 연극 놀이 등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 청소년사역자 오은국(41) 부천 사랑교회 목사의 이야기다. 고양일산 십대선교회 (YFC)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송포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 목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그분의 사랑을 청소년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학교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미션스쿨에는 학생의 믿음 성장을 도와주는 교사가 있지만 일반 학교는 그렇지 않다. 그는 청소년과 복음의 접촉점을 갖기 위해 2013년부터 20여 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일반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 목사가 학교에서 강의할 수 있는 것은 중등학교 정교사와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특기는 연기. 2012년 호서대 연합신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서울예대와 경기대 일반대학원에서 연극을 공부한 뒤 극단과 학교 등에서 연극을 지도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극단 ‘하늘에 속한 사람들’에서 배우 및 제작 프로듀서를 맡았고 지금은 극단 블루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은 청소년을 만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연극놀이 수업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학생들의 상담을 해준다. 학생들의 역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그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복음을 듣지 못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강사로 활동하지만 복음을 강요하진 않는다.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선물을 주고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교사로서 신뢰감을 얻는 게 우선이다. 학생들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한 뒤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지난 학기를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소개한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과의 관계를 이어간다. 오 목사는 “학생들과 신뢰하는 관계를 형성한 뒤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면 70% 이상의 학생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문제아, 이른바 일진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변화되는 과정도 경험했다. 몇 년 전 한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나눔동아리반을 개설했는데 우연치 않게 많은 문제아들이 몰려왔다. 1년 뒤 한 남학생은 오 목사에게 “선생님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모두 저를 피하기만 하더군요. 저의 고민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패싸움을 즐기던 한 남학생은 오 목사를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됐고 지금은 수영강사로 활동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 쓰임 받고 있다.

“대부분 결손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이 많았어요. 이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 지금을 기억하고 주님께 돌아올 것이라 확신해요. 당장 눈에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는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는 청소년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역시 가출 등 방황으로 점철된 청소년 시기를 보냈기에 누구보다 청소년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YFC 동아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고 청소년 선교에 헌신하겠다고 서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YFC에서 간사 등으로 봉사하며 수많은 청소년을 만났다.

오 목사가 이처럼 청소년 사역에 열정으로 헌신할 수 있는 것은 아내 노가은 사모의 내조 덕분이다. 평소 수학 과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는 노 사모는 오 목사의 사역을 적극 지지한다.

“사람들이 저보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합니다(웃음). 목사가 되기 전 공연기획 관련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그보다 다음세대에 투자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늘 체험했기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네요. 한국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고양=글·사진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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