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총을 쏴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피해자들의 필리핀 현지 생활을 돕다가 살해한 뒤 피해자들의 돈 7억원을 가로챘다.
경찰청은 지난달 10일 필리핀에서 A씨(51)·B씨(46)·C씨(48·여) 등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씨(38)를 필리핀 마닐라에서 붙잡았다고 18일 밝혔다. 살해된 3명은 국내에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해외통화 선물거래(FX마진거래) 투자금을 모은 뒤 잠적한 사기범들로 국내에서 경찰 수배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박씨와 수년 전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사이다. 박씨는 2010년부터 필리핀 현지에서 중고차 매매업, 환전업 등 사업을 하고 있었다. A씨 등은 국내에서 경찰 수배를 받자 박씨에게 필리핀 숙소 소개를 요청했고, 지난 8월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건너가 박씨가 소개해준 포락시의 한 숙소에 머물렀다. 박씨는 A씨 등이 머무는 숙소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A씨 등의 생활 편의를 도왔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오후 9시쯤 A씨 등과 차량을 타고 외출하면서 박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A씨 등은 지난달 11일 필리핀 산페르난도 바콜로시 사탕수수밭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살인사건 뒤 바로 잠적했다가 이틀 뒤인 13일 피해자들이 앙헬레스 D카지노에 맡겨놓은 돈 7억원을 인출해 갔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필리핀에서 근무하는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담당 경찰관) 5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국내에서도 과학수사 전문가 등 수사 지원인력 4명을 파견했다. 한국 수사인력은 피해자들이 묵은 건물에 있던 음료수 캔에서 박씨 등 2명의 지문을 채취하고, 카지노 현금 인출 사실 등을 종합해 박씨를 유력 피의자로 봤다.
경찰은 17일 오후 11시쯤 박씨가 마닐라의 한 콘도에 은신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현지 이민청과 합동으로 박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현지 이민청이 관리하는 보호소에 수용돼 있다. 현지 경찰은 박씨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한인 피살사건 관련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필리핀 한인 3명 살해 용의자 검거
입력 2016-11-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