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황교안 버티는 김병준… 이상한 ‘총리 동거’ 언제까지

입력 2016-11-19 00:05

황교안(왼쪽 사진)국무총리와 김병준(오른쪽) 국무총리 내정자 간 유례없는 ‘기묘한 동거’가 18일로 17일째를 맞았다. 총리 내정 이후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까지 별다른 규정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 철회나 김 총리 내정자의 자진 사퇴가 없으면 동거 체제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김 내정자는 금융감독원 연수원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하지만 대학이나 지방 강연 일정을 함께 소화하고 있다. 17일에도 광주에서 강연 일정을 소화했고, 이날은 금감원 연수원에 따로 출근하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도 손놓은 상태라고 한다.

김 내정자는 지난 2일 총리에 지명됐지만, 엿새 만인 지난 8일 박 대통령이 여야 합의 총리 추천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낙마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여야 합의 총리 추천 논의가 실종됐다.

총리 내정자 신분이 이처럼 지속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인사청문회 요청서나 임명동의안 제출 전에 낙마했지만 자진 사퇴까진 각각 5일, 14일이 걸렸다. 청문회 전에 자진 사퇴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됐었다. 총리서리 제도가 있던 김대중정부 당시 김종필 총리가 국회 인준 없이 6개월 넘게 서리 꼬리표를 떼지 못한 적은 있지만 관련 절차는 진행됐었다.

인사청문회법은 국무위원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심사나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정자 신분에 대한 기간 규정은 따로 없다. 김 내정자는 언론을 통해 새로운 후보가 나올 때까지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리 문제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을 경우 기묘한 동거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