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팀 오브 라이벌’?… 롬니와 회동

입력 2016-11-19 04:00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정적(政敵)들을 모아 내각을 꾸렸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자신과 반목하던 인사들을 요직에 앉힐 수 있을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보담당 제이슨 밀러는 17일(현지시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거짓말쟁이, 멍청이라고 비난하던 라이벌들을 장관으로 지명할 생각이 확실히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17일 니키 헤일리(44)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만난 데 이어 20일 밋 롬니(6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회동한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인 두 사람은 국무장관 후보로 급부상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롬니는 이번 대선 기간에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맹비난했다. 헤일리 주지사도 트럼프의 납세 회피 의혹을 문제 삼으며 트럼프와 트위터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와 롬니의 회동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측근 그룹과 기존 공화당 지도층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고, 정통파 인사를 외교사령탑(국무장관)으로 앉힐 수 있다는 신호를 외국 정부에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밀러는 트럼프가 “이것 봐, 이 사람들이 예전에 나와 충돌한 정적이지만 이제 우리는 같은 팀이고 함께 나라를 이끌어가야 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도계 여성인 헤일리 주지사는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인종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의 공공장소 사용을 금지해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국무장관이 아니더라도 내각에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와 격돌했던 테드 크루즈(45) 상원의원은 당초 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르다가 최근 연방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그는 연방대법원 보좌관 등을 거쳐 의회에 진출했다. 히스패닉에게 인기가 없는 트럼프로서는 크루즈가 쿠바계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만남을 가졌다.

경선 때 트럼프를 “보수의 암덩어리”라고 비난했던 릭 페리(66) 전 텍사스 주지사는 에너지부 장관 물망에 올랐다.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을 가리켜 “머리에 다람쥐를 얹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조롱했던 바비 진달(45)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군에 포함됐다.

트럼프가 17일 외교·안보 분야의 전설적 존재인 헨리 키신저(93) 전 국무장관을 만나 자문을 구한 것도 통합 추구 행보로 여겨진다. 키신저는 이번 선거 기간에 트럼프의 외교 공약을 비판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