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거의 모든 과목이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사를 제외하고 녹록한 과목이 없었다. 현행 대입제도는 수능 못지않게 이후 과정도 중요하도록 설계돼 있다. 대입 레이스는 다시 시작됐다. 가채점을 마쳤다면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묶어야 한다.
‘불수능’에 풀 죽은 수험생들
수능 다음 날인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 등교한 3학년 학생들에게선 피곤함이 묻어났다. 학생들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능 이야기를 나눴다. ‘불(火)수능’은 학생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강민석(18)군은 “법과 정치와 사회 문화가 너무 어려워 내가 이러려고 수능을 봤나 자괴감이 들었다”며 “국어, 영어, 수학이 다 어려웠는데 마지막 사회탐구영역까지 어려워서 힘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연계인 김모(18)군도 “점수가 낮게 나와서 일단 대학을 보고 과는 맞춰가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국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3학년 9반 이모(18)양은 “비문학이 너무 어려웠다. 한 지문 넘어가면 쉬운 지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 다음 지문도 계속해서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어 짝수형의 ‘줄줄이 답안’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10반 김모(18)군은 “첫 일곱 문제의 정답이 ‘4444544’여서 문제를 풀면서도 이상했다”고 고개를 저었다.
교사들 반응도 비슷했다. 압구정고 3학년 부장인 이병헌 교사는 “모의평가보다 점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1등급 아이들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2∼3등급 중상위권 수험생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어렵다면 남도 어렵다”
사설 입시기관들은 이번 수능을 실제로 ‘불수능’에 가까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신 거의 모든 과목이 어려웠기 때문에 예년처럼 과목 간 유·불리는 최소화됐다고 본다. 잘하는 과목, 못하는 과목의 난도 차이에 따른, 다시 말해 운에 따라 입시 결과가 바뀌는 현상은 줄었다는 얘기다. 대입은 상대평가여서 향후 전략을 잘 짜면 가채점 결과가 평소 모의평가보다 낮게 나왔더라도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어는 원점수 기준 1등급 컷이 92점 내외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2∼4문제를 틀리더라도 1등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학은 이과생이 보는 가형, 문과생이 치르는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가형은 92점, 나형은 88점 수준으로 예상된다. 문과생 입장에선 수학을 잘 봤다면 유리할 수 있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거나 약간 어려웠다. 탐구영역도 대부분 과목에서 어렵게 나왔다. 사회탐구는 원점수 기준 1등급 컷이 47∼48점 수준으로 45점인 경제 과목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난이도가 고르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과학탐구의 경우 원점수 기준 1등급 컷이 44∼46점 수준에서 형성되었다. 지난해 최저 42점에서 최고 50점 사이였던 것과 달리 과목별 난이도가 고르게 출제됐다.
“SKY 상위권 380점 후반”
가채점을 마치면 대학별 수능 반영 유형을 분석해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 수능 원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은 없다. 최저기준, 표준점수, 백분위, 변환표준점수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수능이 활용된다. 대학별로 영역별 반영 비율, 특정 영역 가중치 부여 등 모두 다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수능 반영 유형에 맞춰 성적을 분석해 유리한 대학과 학과를 추려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올해는 어려운 수능의 여파로 정시모집에서 하향지원 추세가 나타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시모집에 집중한다면 논술·면접고사에 대비하면서 3학년 2학기 기말고사도 소홀하게 여기면 안 된다.
사설 입시기관 분석을 종합하면 서울대 등 주요대학 인기학과에 지원하려면 원점수 기준으로 문과는 380점대 중반, 이과는 380점대 후반 수준이다(표 참조). 메가스터디는 서울대 의예과 예상 합격선을 389점, 경영은 390점으로 예상했고,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서울대 의예 389점, 경영 388점으로 전망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주요 학과들은 380점대 중·후반으로 예측됐다. 연세대 경영은 메가스터디가 387점, 종로학원은 385점이다. 연세대 의예는 메가스터디 388점, 종로학원 387점이다. 고려대 경영과 의대는 각각 386점, 382점이었고, 종로학원은 385점과 381점으로 내다봤다.
이도경 임주언 기자 yido@kmib.co.kr
[2017학년도 대입 수능] 서울대 최상위 389점, 연·고대 상위 380 중·후반 예상
입력 2016-11-19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