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은 ‘몰빵배구’로 왕조를 세웠다. 레안드로 다 실바(브라질)와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 가빈 슈미트(캐나다), 레오나르도 레이바(쿠바·등록명 레오) 등 특급 외국인 선수들을 앞세워 챔피언결정전 7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괴물'로 통한 괴르기 그로저(헝가리)를 보유했지만 정규리그 3위에 그쳤다. 반면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에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토털배구’로 정규리그 18연승을 질주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번 시즌 몰빵배구는 더욱 힘을 잃어 가고 토털배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을 자유선발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꾼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의 공격 의존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수치상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냈다. 이번 시즌엔 17일 현재 외국인 선수 평균 공격 점유율이 39%로 지난 시즌 (37.6%)보다 오히려 1.4% 포인트 더 올랐다.
이에 대해 한국배구연맹(KOVO) 측은 “지난 시즌 우리카드와 KB손해보험 등의 외국인 선수들은 공격 점유율이 20∼30%대에 머물러 평균 수치를 까먹었다”며 “이번 시즌엔 알짜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 평균 공격 점유율이 지난 시즌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번 시즌에도 타이스 덜 홀스트(네덜란드)를 앞세운 몰빵배구로 승부를 걸고 있다. 공격 옵션이 없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다. 타이스의 공격 점유율은 53.64%로 전체 1위다.
반면 지난 시즌 ‘업템포 1.0’이라는 토털배구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최 감독은 공격은 약하지만 수비가 좋은 캐나다 출신의 레프트 톤 밴 랭크벨트(공격 점유율 23.06%)를 선택했다. 최 감독은 리시브와 블로킹,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는 톤이 높으면서도 빠른 ‘업템포 2.0’의 적임자로 판단했다.
토털배구의 핵심은 외국인 선수에게 몰린 공격 점유율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국내 선수들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공격 루트를 개발하고, 선수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해야 토털배구를 완성시킬 수 있다. 토털배구 신봉자인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18일 현재 7승1패(승점 20)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편 OK저축은행은 이날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24-26, 25-20, 17-25, 25-23, 15-11)로 승리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몰빵’ 대신 ‘토털’… 男배구도 변한다
입력 2016-11-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