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모녀에 35억’ 누가 지시했나… 이번엔 장충기 사장 소환

입력 2016-11-18 18:27

검찰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35억원이 건네진 배경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눈치다. 연일 삼성 임원들을 줄줄이 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8일 장충기(사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소환했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특혜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삼성이 최씨 측에 사실상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대가성 확인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자금 송금을 지시한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수사는 점차 삼성 수뇌부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당초 35억원 송금의 주요 당사자로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를 지목했다. 박 사장과 황 전무는 각각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직접 독일로 가 35억원 송금과 관련한 계약을 주관했다. 검찰은 지난 9일 두 사람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황 전무는 8일 소환조사를 받았고, 박 사장은 지난 12일과 16일 두 번이나 검찰에 소환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검찰에서 “구체적인 자금 지원 배경은 알지 못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삼성의 홍보·기획 등 대외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장 사장 소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 사장 조사 결과에 따라 이미 13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장 사장을 통해 만족할 만한 진술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삼성 최고 책임자인 이 부회장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35억원은 승마협회와 삼성이 협약을 맺고 비덱스포츠를 통해 받은 것”이라며 개인적 뇌물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또 “원래 취지대로 자금이 사용되지 않았다면 비덱에 남은 자금을 환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마와는 별개로 삼성은 작년 9월부터 올 2월 사이 최씨 조카 장시호(37)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약 16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이 부분도 수사 중이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관련 의혹으로 17일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다만 20일 최씨 기소를 앞둔 검찰은 35억원에 대한 조사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최씨의 공소장에 삼성과 관련된 알선수재나 공갈 혐의는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 기소 후에도 삼성 수사는 계속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