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재닛 옐런(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사실상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시장은 출렁였다. 원·달러 환율은 5개월여 만에 1180원대로 올랐다. 국고채 금리도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예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8일 전날보다 7.3원 상승한 1183.2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6월 8일(1183.6원)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3bp(1bp는 0.01% 포인트) 오른 1.736%로 마감했다.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연중 최고치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20년물, 30년물 등도 금리가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트럼프 쇼크’로 흔들린 금융시장이 ‘옐런 효과’에 요동친 것이다. 옐런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적절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교적 이른 시점’이라는 표현은 지난 2일 Fed가 발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결과 설명에는 없던 문구다. 금융시장은 이를 ‘강한 신호’로 받아들였다. 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0.25∼0.5%로 올린 뒤 계속 동결해 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트럼프노믹스’의 재정 확장정책이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가속도가 붙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외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침체된 경기에 부담이 된다.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는 치명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Fed가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2, 3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본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장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상승과 달러 강세가 예상되며 미국 금리 상승은 특히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이 술렁이자 한은은 ‘불안심리 차단’에 초점을 맞췄다. 한은은 오는 21일 국고채권 1조5000억원어치를 단순매입하기로 했다. 공개시장운영 방식으로 국고채권을 매입하기는 지난해 10월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다만 지난해 매입은 환매조건부증권(RP) 대상증권을 확충하기 위한 매입이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고채 대량 매입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중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갖고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적시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고 은행의 외화건전성도 양호하다. 금융시장의 복원력이 높은 만큼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옐런 금리 인상 시사에… 외환·채권·주식시장 또 ‘출렁’
입력 2016-11-18 18:16 수정 2016-11-18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