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또 다시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올해부터 필수과목으로 전환된 한국사에서 나왔다. 연례 행사 같은 출제 오류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이유로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전환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 교육부가 머쓱해졌다.
18일 역사학계와 사설 입시기관들이 오류로 지목한 2017학년도 수능 문제는 한국사 14번이다(예문 참조). 애국지사들이 1904년 창간한 대한매일신보의 활동을 물었다. ①번 ‘국채 보상 운동을 지원하였다’가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이다. 하지만 ⑤번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논한 시일야방성대곡을 게재하였다’도 정답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시일야방성대곡은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최초 게재됐다. 1주일 뒤인 1905년 11월 27일 대한매일신보에도 거의 그대로 전재됐으며 널리 알리기 위해 영문으로 번역해 싣기도 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난감해하고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1일 오후 6시까지 이의신청을 받고 최종 정답을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사 14번은 ‘복수 정답’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복수 정답 인정이 대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여서 ‘줄 세우기’를 하지 않는다. 또한 다수 대학들이 3, 4등급을 만점으로 간주하며 올해 수능 문제도 평이하게 나왔다.
수능의 공신력은 타격을 입었다. 앞서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세계지리 8번, 2015학년도에는 영어 25번·생명과학Ⅱ 8번에서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이후 교육부와 평가원은 검토 절차를 대폭 보강해 2016학년도 수능은 무사히 치렀지만 올해 또 출제 오류가 확인됐다. 더구나 교육부는 역사 교육을 강화한다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전환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국정화는 주류 역사학계를 사실상 배제한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그런 초보적 실수도 잡아내지 못하는 실력으로 국정화를 추진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번엔 한국사 14번… 또 수능 출제오류
입력 2016-11-18 18:43 수정 2016-11-18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