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연속이다. 시나브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급기야 계엄령 얘기까지 나왔다. 불확실성을 줄여야 할 책임이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계엄령 발언은 가뜩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정국을 더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리더십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진작 뇌사상태에 빠졌고 그 공백을 메워야 할 국회, 특히 야권의 리더십 역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임기 고수 입장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3당은 메아리 없는 ‘박근혜 퇴진’ 구호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총론에만 합의했을 뿐 방법론에 대해서는 계속 엇박자를 내고 있다. 추 대표가 꺼낸 비상시국회의 구성 및 2자 영수회담 카드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반대로 무산됐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의한 4자(대통령+야3당 대표)회동과 국회 추천 총리 안은 민주당과 정의당 비토로 좌초됐다. 이처럼 야권이 백가쟁명 프레임에 갇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해 불확실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그동안 탄핵에 소극적인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추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사임 거부가 확실하다”면서 “하야하지 않으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정지시키는 조치에 착착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일 촛불집회 이후 후속 법적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예고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엔 즉각 퇴진이 최선책이나 탄핵도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본다. 야권이 탄핵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탄핵소추에 필요한 200석 확보를 장담할 수 없어서였다. 그러나 최순실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96, 반대 10, 기권 14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된 점에 비춰볼 때 200석 확보에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 외에 다른 방법이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워터게이트에 휘말린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다 의회에서 탄핵 절차에 착수하자 그때서야 물러났다.
19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4차 촛불집회가 또 한번의 분수령이다. 시위 규모와 열기가 지난주에 비해 약할 경우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친박의 상황인식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이튿날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제의한 이른바 ‘야권 대선주자모임’이 열린다. 여기에서마저 야3당 대표회담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향후 정치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하나마나한 결과를 내놓을 경우 야당의 리더십 또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1987년 6·10 항쟁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분출된 거대한 민중의 열망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김영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야권의 강력하고도 단합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도 다르고, 양김 같은 카리스마 리더십도 존재하지 않지만 야3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제 목소리만 내는 한 제2의 6·10 항쟁은 없다.
야권으로선 무엇보다 100만 촛불의 힘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로드맵 마련이 시급한 과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wlee@kmib.co.kr
100만 촛불 담아낼 리더십 절실하다
입력 2016-11-18 18:39 수정 2016-11-18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