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9일 열리는 4차 촛불집회에 맞서 보수단체들이 서울역광장에서 맞불집회를 여는 것은 우려스럽다. 1주일 전 100만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무서운 민심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미루고 버티기로 돌아서자 보수단체들이 대통령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가당치 않을 뿐더러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라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씨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 기금 모금은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다이어리에서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미르란 명칭과 임원 이름을 명시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8일 “박 대통령은 중요 참고인이자 범죄 혐의가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이유들이다. 최씨 농간에 휘둘렸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친박(親朴)계나 ‘식물 대통령’을 지키자고 맞불집회 총동원령을 내린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게 나라냐” “내 대통령이 아니다”고 탄식하는 대다수 국민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박사모는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초기에도 “부모도 없고 외로워서 이런 상황까지 왔다”거나 “최순실로 인해 박 대통령이 무슨 이득을 얻었나” 등의 글을 올리며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했다.
4차 집회에서 진보와 보수 양측이 충돌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3차례 촛불집회에서 보여진 성숙한 시위문화를 훼손해선 안 된다. 지금은 진보·보수로 편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 충신은 임금 앞에서도 할 말을 했다. 보수단체들도 나라와 대통령을 걱정한다면 고언(苦言)을 하는 게 옳다. 잘못된 것을 감싸는 건 참된 보수가 아니다.
[사설] 박사모 자중할 때다
입력 2016-11-18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