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있다. 나이는 열다섯이다. 그는 살인범으로 10년간 복역했다. 16년이 흐른 2016년 11월 17일 그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살인 누명을 벗었다. 지금 그의 나이는 서른하나다. 소년은 청년시절을 국가권력에 빼앗겼다. 소설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10년간 옥살이를 한 뒤 무죄 판결을 받은 최모씨 이야기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찰은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강압 수사를 했고, 검찰은 경찰 수사 내용 그대로 재판에 넘겼다. 흉기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으나 혈흔은 없었고, 흉기도 찾지 못했다. 오로지 자백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징역 15년을,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했는데도 자백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얼마 전 진범이 잡히면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나라슈퍼 살인사건도 똑같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의 이익으로’라는 기본을 무시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307조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범인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게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이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고, 3심제도가 정착된 국가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 경찰이나 검찰, 법원 모두 ‘범죄자’나 다름없다. 잘못된 수사와 판결에 의한 재산상 피해는 법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망가진 인생과 명예는 어찌 보상할 것인가. 이러고도 진실을 밝히고 사법정의를 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수사 당국의 오만이자 사법부의 수치다.
[사설] 16년만에 무죄… 검·경·법원의 수치다
입력 2016-11-18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