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황우여] 난국 극복의 길, 개헌

입력 2016-11-18 17:36

나는 지난번 여당 대표로서 대선을 준비하면서 4가지를 기원했다. 대통령의 탈당을 막고, 정치보복을 없애고, 우리 후보가 당선되고, 나와 함께 선거운동을 한 분들이 법적으로 고초를 겪지 않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 소원은 다 이루어져 지금도 가슴 뿌듯하다. 그러나 다시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으니 제도로서의 대통령제를 개선해야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나라의 악몽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대통령제는 군주제의 변형으로서 공화를 채택한 우리 건국정신에 잘 맞지 않는다. 대통령제에서는 군주를 대신하는 제왕적 대통령이 옹립되니 국무위원들은 장관(minister)이란 명칭을 부여하더라도 실질에 있어서는 미국식 표현대로 대통령의 비서(secretary)에 불과하게 된다. 또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갇혀 국민과 단절되기 십상이다. 친인척이나 비선의 국정농단 위험도 있다. 그리고 대통령중심제는 국민 소요가 있기까지는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는 장치가 없다. 아울러 대통령은 국회의 약화를 도모하면서 협조적인 국회를 구성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국회의 질이 좋아지기 어렵다.

지금 나라는 비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퇴진, 탄핵, 하야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이 하야하는 경우엔 60일 이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상 절차로 신속히 선출된 대통령은 충분한 검증을 거쳤냐는 점에서 정당성에 논란을 남기게 된다. 수사 결과도 보지 않고 하야나 탄핵을 하는 게 과연 무리가 없겠느냐는 점도 논란이다. 국민의 엄중한 지적을 존중하면서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전화위복으로 삼는 길은 무엇일까.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공약했음에도 미뤄왔던 개헌의 이행이다.

우리의 현 정세에 비추어 책임지는 강력한 정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소통을 전제로 서로 책임지면서도 정부와 국회가 하나가 되는 정부 형태를 갖춰야 한다.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는 후임자를 미리 선정한 경우로 제한한, 강화된 내각제 형태는 내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한다. 독일의 경우 매년 헌법을 개정하다시피 하고, 미국은 10년에 한 번꼴로 개정하여 그때그때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국민과 밀착된 살아 있는 최고의 규범으로 재생된다. 우리도 1987년 체제를 넘어서 환골탈태한 국민생활과 정치 환경에 걸맞은 강력하면서도 능률적인 헌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악순환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출발점은 분권형 제도의 실질적 운영이다. 대통령은 헌법상에 내각제적 요소를 되살려 국무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고 내각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체제를 운영해 국민에게 분권형 권력구조의 실험적 운영을 검증하게 한다. 내각 구성은 총리를 비롯한 각 국무위원을 국회의 상임위 구성 비율로 임명, 협의제로 운영해 국민에게 역시 분권형 권력구조를 미리 검토할 수 있게 한다. 중립내각의 국무위원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 조건으로 후세에 남길 새 헌법을 탄생시키는 데 전념한다. 이번 총리만은 정당에서 떠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현 대통령도 퇴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진정한 국민혁명은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황우여(용인대 석좌교수·전 새누리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