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주류 핵심, 朴대통령의 ‘엘시티 반격’에 제동

입력 2016-11-18 00:41

새누리당 비주류 핵심 의원들이 17일 ‘엘시티(LCT) 의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 일정을 늦추고, 엘시티 사건 수사 지시로 국정 주도권 회복을 시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논리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즉각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수사) 지시를 내리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박 대통령은 빨리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국민한테 과연 대통령이 (범죄를) 주도했는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명히 빨리 알리는 것이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도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 하야를 안 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 않으냐”면서 “(검찰 조사 결과) 혐의가 나오면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도 했다.

유승민 의원도 “박 대통령은 18일까지 (검찰의) 대면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다만 “(엘시티 수사 지시가) 물타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그건 그것대로 철저하게 수사하되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있었다는 게 어느 정도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고개를 숙였던 사람이 며칠 지나지 않아 ‘뭐 그리 잘못한 게 있느냐’고 다시 고개를 든 격”이라며 “지금은 그럴 타이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김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 잠룡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이정현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전환 필요성에 공감했다.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당 내분 수습을 위해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당 사무처가 비상총회를 소집한 것은 2003년 ‘차떼기’ 대선자금 모금 사건 이후 13년 만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