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블록체인’ 이용한 실시간 해외 송금 시대 ‘성큼’

입력 2016-11-18 04:07

#주부 김모(53·여)씨는 2019년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아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용돈을 보냈다. 예전엔 해외송금을 하는데 2, 3일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대부분 은행 송금시스템이 블록체인(Blockchain)으로 묶이면서 실시간 송금이 가능해졌다. 4만∼5만원이었던 수수료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만∼30만원의 소액을 송금해도 부담이 적어졌다.

블록체인이 불러올 미래의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블록체인 개발을 두고 들썩이고 있다. 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핀테크 업체들과 손잡고 해외송금 모델을 연구 중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8월 1년 이내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전자거래 장부 시스템이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 장부를 저장해 왔다. 블록체인은 장부를 거래 상대방이 모두 갖고 있도록 흩트려 놓는다. 해커들이 모든 장부를 위조하는 건 불가능해 보안성이 높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비트코인을 필두로 하는 가상화폐다. 거래 상대방끼리 장부를 모두 공유하기 때문에 본인 인증과 송금 절차가 간편하다.

국내에도 비트코인 거래소가 운영 중이다.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후 해외 비트코인 거래소로 보내는 등의 해외 송금은 지금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거래에 불법 외환거래 소지가 있다고 본다. 국내 시중은행 역시 이런 송금 서비스를 선뜻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에 대한 제도화 요구가 잇달았고, 금융위원회는 17일 첫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다음해 3월까지 비트코인 거래소 등록제 등의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굳이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아도 전 세계 은행이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면 간편한 해외 송금이 가능해진다. JP모건, 씨티은행 등 42개 글로벌 금융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런 통합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하지만 내부 규제 통합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블록체인은 송금 등 분야에만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스팸메일 제거에 블록체인 기술이 쓰일 수도 있다. 이메일 발송에 1원씩을 부과하면 스팸메일 발송자들이 큰 비용을 들여 스팸을 보내기 어렵게 된다. 블록체인은 이런 소액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한수연 연구위원은 “일반 사용자들은 스팸이 줄어서 좋고, 이메일 사업자는 서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블록체인을 어떤 분야에서 쓸 수 있을지 연구하기 위해 오는 24일 국내 최초 금융권 공동 컨소시엄을 꾸린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