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뇌물죄 혐의 입증 ‘35억 고리’로 푼다

입력 2016-11-18 00:00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삼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이 최순실(60·구속)씨 딸 정유라(20)씨 지원을 위해 보낸 35억원의 성격이 박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를 판단할 주요 고리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35억원 지원과 관련된 삼성 수뇌부들은 모두 검찰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중앙지검장)는 장충기(62)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18일 오전 소환조사한다. 장 사장은 삼성의 홍보·기획 등 대외업무를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다. 검찰은 회사 차원에서 정씨 관련 자금 지원이 결정된 과정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삼성은 지난해 10월 독일에 있는 최씨 소유 회사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약 35억원을 송금했다. 당시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독일로 건너가 계약을 주관했다.

문제는 이 돈의 성격이다. 이번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여러 대기업 중 최씨에게 직접 돈을 건넨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최씨가 이 돈을 빼돌려 독일 현지에서 주택과 호텔을 구매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35억원을 사실상 뇌물이라고 의심하는 근거다.

이 돈의 흐름을 쫒다보면 결국 박 대통령이 언급된다. 삼성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민간인 최씨에게 거액을 송금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송금 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가진 독대 자리에서 자금 지원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한 정황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뇌물 성격의 35억원을 매개로 삼성-최순실-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완성되고, 최씨와 박 대통령이 줄줄이 관련 뇌물수수 혐의와 엮이게 된다.

특별수사본부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삼성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미 박 사장은 지난 12일, 16일 두 번에 걸쳐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았다. 지난 8일에는 주거지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받았다.

검찰은 두 번의 소환조사에서 박 사장에게 자금 지원에 따른 대가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박 사장은 “최씨의 지속적 협박에 못 이겨 돈을 송금했지만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사장을 통해 만족할 만한 진술을 얻어내지 못하자 삼성 대외업무 총책임자까지 소환하는 강수를 뒀다. 장 사장 수사 결과에 따라 지난 13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과 최씨 일가 관련 의혹은 승마 부분 외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1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입주한 제일기획 스포츠전략팀 사무실을 또다시 압수수색했다.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제일기획 소속 스포츠단이 최씨 측에 사업상 특혜를 제공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도 17일 검찰에 소환됐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