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하나님께는 안통해요… 오직 기도 뿐

입력 2016-11-18 20:42
오은영씨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법대 최고지도자 과정 문화행사에서 모자나 실크를 이용해 1000송이의 꽃을 만드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5월 1일 대전판암교회 초청 마술공연 모습.
마술사 오은영씨는 ‘마술계의 장윤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행사 많은 연예인으로 알려진 가수 장윤정처럼 행사 다니느라 하루 해가 짧다.

“제가 좀 바빠요(웃음). 하지만 행복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마술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창의성을 키우기에 딱 좋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지요.”

남서울종합예술학교 매직엔터테인먼트과 교수이기도 한 오씨는 항공사 스튜어디스 출신이다. 경력 5년차 승무원인 오씨에게 한 선배가 간단한 마술을 보여준 게 그녀의 직업을 바꾸게 했다.

“스튜어디스 선배가 보여준 성냥갑 마술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가르쳐달라고 조르다 국내외 마술사들에게 마술을 배웠어요. 취미로 시작한 마술에 푹 빠져 급기야 회사에 사표를 냈고, 2000년부터 마술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여성 마술사가 드물던 시절, 독한 연습 끝에 2003년 홍콩세계마술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으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홍보마술사, 동아인재대 마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방송 요청이 줄을 이었다. SBS ‘스타킹’, KBS ‘비타민’ ‘아침마당’, MBC ‘기분 좋은 날’ 등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마술 대중화에 힘썼다. EBS ‘매직 잉글리시’를 맡아 진행하며 집중도 높은 마술을 어린이 영어교육에 활용하기도 했다.

‘2007년 부산 국제매직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보인 그의 창작 마술 ‘황진이의 사계’는 화제가 됐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머금은 사계절을 꽃과 물, 잎과 눈 등을 이용해 마술로 선보였다.

좋아서 선택한 일이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마술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무대에서 쏠리는 시선이 부담이 됐다. 무거운 마술 장비를 들고 다니고, 소소한 도구 하나까지 직접 만들고 챙겨야 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힘들고 지난한 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으로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간증했다. 그녀는 현재 경기도 용인 칼빈대학교 대학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10년 전 교회 집사 직분도 받았다.

“부모님이 장로·권사님이셔서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어요. 하나님께 늘 기도하고 의지하며 살았죠. 사실 마술사 직업도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하나님은 기도 가운데 누군가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며 허락하셨죠.”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오씨는 “마술은 즐거움과 감동, 휴머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마술을 선보였을 때 빠진 이 사이로 웃음이 터져나올 때의 기쁨은 잊을 수 없다.

그녀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씨는 배우 정준호 등이 함께하는 ‘사랑의 밥차’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구호 NGO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월드투게더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고통 받는 이웃과 이런 공연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마술공연을 하고 싶어요.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이니 기회도 넘치게 주실 줄 믿습니다. 아멘.”

그녀가 선보이는 마술공연은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꽃과 카드, 상자, 손수건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녀의 마술 소재다. 순식간에 옷을 바꿔 입는 마술은 인기가 많다.

오씨는 최근 ‘크리스천 매직’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교회, 복지관 등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복음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마술공연을 하는 게 꿈이자 소망이다. 그녀는 “즐거움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는 마술이 안 통 한다. 그래서 매일 저녁 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예배드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