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인권현장 표지석’ 황동판으로 38곳에 설치

입력 2016-11-17 21:48

한강대교에 삼각형 모양의 동판 하나가 깔렸다. 황동판 위에는 ‘한강인도교 폭파 현장’이라는 제목과 ‘1950.6.28’이라는 날짜, 그리고 ‘6·25 발발 직후 정부의 일방적인 교량 폭파로 피란민 800여명 사망’이란 설명이 붙어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건물 앞에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956∼. 호주제와 동성동본 혼인금지 등 여기서 사라지다’라고 적힌 네모 모양의 동판(사진)이 설치됐다. 서울시가 설치한 ‘서울시 인권현장 표지석’이다.

서울시는 1894년부터 2000년까지 근현대 시기 서울에서 벌어졌던 인권 탄압과 이에 맞서 저항했던 인권 수호의 현장 38곳에 황동판으로 만든 ‘서울시 인권현장 표지석’을 설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현장은 시민, 전문가, 종교계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110여 곳을 놓고 전문가 자문회의, 시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 선정했다. 근우회 터, 민족일보 터, 청계천 판자촌 철거 현장, 4·18 선언 현장, 불교계 법난 현장 등이 포함됐다.

시는 또 표지석이 설치된 38개 인권현장을 포함해 서울 곳곳에 산재한 인권현장을 주제별로 탐방할 수 있도록 7개의 ‘인권현장 도보 탐방 코스’를 개발했다.

각 코스는 ‘4월길’ ‘6월길’ ‘구로길’ ‘전태일길’ ‘여성길’ ‘시민길’ ‘자유길’로 명명됐으며, 도보로 1∼2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를 품은 ‘6월길’의 경우 6·26 국민평화대행진 장소였던 서울역 광장에서 출발해 한국은행 앞 분수대(격전지)와 명동성당(농성장)을 지나 향린교회(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발기대회 장소)에서 끝나는 4.5㎞ 코스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