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지문 길고 까다로웠다… 1등급 컷 92점 내외

입력 2016-11-17 18:13 수정 2016-11-18 00:45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꼽힌 수리 가형 30번 문항. 미분법을 통한 함수의 극대와 극소에 관한 문제로 전문가들은 등급을 가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제공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성여고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밝은 표정으로 학교를 나서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상위권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국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예고한 대로 상당히 까다로웠다. 전통적으로 가장 변별력이 높은 과목이었던 수학 역시 쉽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영어도 예상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시험이 ‘불수능’인지에 대해서는 입시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오종운 평가이사는 “한마디로 불수능”이라고 했지만,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은 “어렵긴 했지만 (불수능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했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등급 이내 상위권은 변별력이 확보돼 ‘행복한 수능’, 그 외 학생들에게는 ‘불수능’이 맞다”고 평했다.

국어, “예상대로 어려웠다.”

국어는 출제 당국이 예고했던 난이도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사설 입시기관들은 매우 어려웠던 6월과 9월 모의평가와 까다로웠던 지난해 수능의 중간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는 문과 기준(B형) 0.3%,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각각 0.17%, 0.10%였다.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지난해 수능 B형이 136점, 올해 6월 모의평가 141점, 9월 모의평가 139점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우면 올라간다. 지난해 1등급 구분점수(컷)는 B형 기준 원점수 93점이었다.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90점으로 동일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1등급 컷은 작년 수능과 올해 모의평가 중간인 92점 내외”라고 예측했다.

지문이 길어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비(非)문학 파트에서 지문이 길고 까다로워 중하위권 학생들은 시간 부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트와 관련해 관심을 일으킨 탄수화물을 소재로 한 과학 지문(33∼36번), 수험생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경제 현상이 담긴 보험 관련 지문(37∼42번)에서 애를 먹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학에서는 소설평론과 고전소설-현대소설이 한데 어우러져 출제됐다. 문학 역시 복합지문으로 지문이 길어 문제를 푸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학, “어려운 문제 더 어려웠다”

사고력을 요구하거나 풀이 과정이 긴 문제가 많아졌다. 1등급을 가르던 난이도 높은 문제가 평소 모의평가보다 많이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문과 수험생이 치른 나형은 지난해 수능, 6월 9월 모의평가보다 더 어렵게 출제됐다. 최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문제는 평소 모의평가에선 1∼2문제 정도 나왔지만 이번 수능에선 3∼4문제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수열 격자점 개수를 세는 21번 문항(4점)은 경우의 수가 많아 까다로웠다. 메가스터디는 “난이도 높은 문제가 평소 3개 정도였는데 이번엔 나머지 27개 문제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1등급 컷은 지난해 95점, 6월 모의평가 91점, 9월 모의평가 92점이었는데 올해 수능은 80점 후반대로 하락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과 수험생이 치른 가형은 고난도 문제로 출제되는 29번(4점), 30번(4점) 문항이 평소보다 더 어려웠다. 종로학원은 “29번은 공간도형 벡터 문제인데 계산이 복잡했다” “30번은 평소 자주 나오지 않은 패턴”이라고 평가했다. 어렵게 나오는 문제가 더 어렵게 출제돼 만점자 비율과 1등급 컷이 낮아지고 상위권 수험생 간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대 등을 지원하는 최상위권 수험생이 상당수여서 1등급 컷 96점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영어, “EBS 체감 연계 높지 않아”

영어는 EBS 교재 지문을 암기하는 ‘편법’을 막으려고 지난해부터 EBS 교재와 70% 이상 연계하더라도 문제를 비틀어 출제한다. 예컨대 EBS 지문에서 나오는 내용과 비슷한 다른 지문을 쓰는 방식이다. 출제 당국은 EBS 연계율이 73.3%라고 밝혔지만 동일한 지문이 거의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체감 연계율은 상당히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매우 어려운 빈칸 문항이 출제됐다면 올해는 전반적인 지문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어휘는 대체로 평이했지만 문장이 어렵고 평소 알고 있는 어휘의 뜻이 아닌 또 다른 뜻이 쓰인 경우가 있어 해석이 쉽지 않았다. 9월 모의평가처럼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옮겨서 유형만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지문의 소재만 활용해 유형을 바꾸는 방식으로 연계했다. 따라서 EBS 교재 연계 체감도는 상당히 낮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빈칸 추론 문제인 33번(슬픔과 불행의 철학적 개념), 34번(빌딩의 본질적 의미)이 까다로웠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난이도는 다소 높았어도 1등급 컷은 지난해 수능(94점)과 비슷하거나 약간 하락한 93∼94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는 예상대로 평이하게 출제돼 대입 영향력이 미미할 전망이다. 사회탐구는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는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된 반면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는 비슷하게 출제됐다고 분석됐다. 과학탐구는 생명과학Ⅰ만 지난해보다 쉬웠고 나머지는 어려웠다는 반응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