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했던 16세 소년이 비통함 속에 16년을 보낸 뒤에야 누명을 벗었다. 검찰은 같은 날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32)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살해 동기와 범행 당시 피해자의 반응, 범행에 사용한 흉기의 출처와 사후 처리 등에 객관적 합리성이 없으며 자백 동기와 경위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제출한 최씨의 범행 전후 통화내역 등 다른 증거들과 비교해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고,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재판이 끝난 뒤 “살인범의 꼬리표가 가장 힘들었다”며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무죄선고는 당연하다”면서 “16년을 기다렸는데 재판부가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피고인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언급이나 재수사 이야기도 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유감’이라고 변명한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최씨는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쯤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익산경찰서는 사건 사흘 뒤 최초 목격자이자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일을 하던 최씨(당시 16세)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최씨의 옷과 신발에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은 채 기소돼 강압 수사와 진범 논란이 일었다.
최씨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로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최씨가 2013년 청구한 재심이 지난해 받아들여져 올해 6월 첫 재판이 열렸다.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이날 오후 경기도 모처에서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38)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2003년 3월 군산경찰서에 붙잡혀 자백을 했지만 검찰이 구체적인 물증과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못해 풀려났었다. 검찰은 “오랜 시간이 지나 흉기 등 직접 증거를 찾기 어렵지만 시신 부검 결과와 목격자 진술,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김씨가 유력한 피의자로 특정돼 체포했다”고 밝혔다.
광주=김용권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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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 수사·진범 논란 16년… 누명 벗은 ‘약촌오거리 살인’
입력 2016-11-17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