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모두 거짓말” 절규 속… 신천지, 장소 바꿔 ‘기습 세미나’

입력 2016-11-17 21:36
‘거짓말에 당신은 속아서 이곳에 왔습니다’라고 쓰인 푯말이 17일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 초청 세미나 행사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그랜드컨벤션센터 앞에 걸려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신천지피해가족연대 회원이 행사장 앞에서 메가폰을 든 채 항의시위를 벌이는 모습.
17일 오후 2시 30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 이만희(사진) 강의가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그랜드컨벤션센터 앞. 신천지피해가족연대 회원들이 홍연호(55·자영업) 장로의 지시에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하나같이 결연한 표정이었다.

“우리는 신천지 집단에게 가족을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악명 높은 신천지가 저지른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홍 장로는 한 손에 잡은 메가폰을 잡고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20대 딸은 3년 전 가출해 신천지 집단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단란하던 가정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났다. 딸은 학업도 포기한 채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홍 장로는 이날도 신천지 교인들과 한 시간 넘게 논쟁을 벌였다. 그는 “신천지가 하는 말은 숨 쉬는 것 빼고 모두 거짓말”이라며 하루속히 딸을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들자, 신천지피해가족연대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호소문을 돌렸다. 그러자 신천지 측은 사람들을 동원해 한사코 이를 막으려했다. 수차례 방해시도가 이어졌다.

시위를 참가한 전종남(50·회사원) 집사도 신천지 피해사실을 털어놨다. 한동안 가출해 신천지 집단에 빠졌던 전 집사의 아내는 최근에야 겨우 빠져 나왔다. 아내는 이만희 교주는 죽지 않는다는 것과 자기네 신도만 구원받는다는 신천지 측의 주장이 별반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전 집사는 “이만희는 사기꾼”이라고 쓰인 내용증명도 신천지에 보냈다고 전했다.

이날 신천지 행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공군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공군회관측이 이를 공식 취소하고 건물 입구를 폐쇄하자, 신천지측은 장소를 옮겼다. 행사 주최인 ‘한국신문방송기자협회’는 신천지 교인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돌려 장소변경 사실을 비밀리에 알렸다.

세미나는 이만희 교주 찬양 일색이었다. 그의 삶과 신앙을 담은 동영상이 40분 동안 상영됐고, 교인으로 추정되는 참석자들은 이 교주 이름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교회를 비난하고 신천지 교리를 찬양하는 강의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며 이름과 주소, 핸드폰 번호 등을 남기라는 당부도 있었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는 “이단사이비 집단들은 사람들을 미혹해 교주를 숭배케 하고, 건강한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올바른 믿음을 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