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김영한 비망록에 靑의 KBS 인사개입 담겨”

입력 2016-11-17 18:43 수정 2016-11-17 21:36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공영방송 KBS의 인사에 청와대가 깊숙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17일 서울 여의도 KBS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작성한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KBS의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 지시 등을 일일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TV조선이 언론노조에 제공한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그가 민정수석으로 내정된 직후인 2014년 6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넉 달 동안 17번에 걸쳐 청와대가 KBS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에 따르면 세월호 사태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후 청와대는 차기 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을 짰다. 길 전 사장 해임 6일 뒤인 2014년 6월 16일 메모에는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플랜 작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을 홍보 및 미래전략수석에게 맡긴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뜻과 달리 당시 야당 인사들이 추천한 조대현 전 사장이 사장직에 선정됐다. 이에 청와대는 불쾌한 기색을 표했다. 이사회에서 조 전 사장이 선정된 이틀 뒤인 7월 11일 메모에 따르면 ‘부처-정상화, 공공기관 개혁-면종복배’라는 지시가 김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 언론노조는 ‘면종복배’라는 표현을 김 전 수석에 대한 청와대의 질책으로 추정했다.

보도 방향을 지시하는 듯한 문구도 있다. 그해 9월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뉴스9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 권고 처분을 내리자 다음 날 김 전 수석의 메모에는 ‘국가 정체성, 헌법가치 수호 노력→정책 집행, 인사 관리를 통해’ ‘강한 의지, 열정 대처-체제 수호 난(難)-유념’ ‘전사들이 싸우듯이, ex(예시) 방심위 KBS 제재 심의 관련’ 등이 적혀 있었다. 이는 방심위 처분을 예로 들며 ‘전사들이 싸우듯이 정권을 위협하는 언론보도에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로 보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해당 메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