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에 사는 서모(62)씨는 지난 10일 현금 1억원을 인출해 자신의 차에 싣고 경기도 용인에 갔다. 며칠 전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이의 전화를 받아서다. 그는 “당신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으니 돈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꼬드겼다. 서씨는 이들이 안내한 계좌로 2800만원을 이체하고 나머지 1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날 오후 2시쯤 경북 영주를 출발한 서씨는 오후 10시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돈을 받아갈 사람을 기다렸다.
그사이 서씨가 보낸 2800만원을 인출하려던 문모(20)씨 등 2명이 검거됐다. 사기 범행을 의심한 은행이 지급을 지연시켜 중국 현지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되자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은 통장을 빌려준 이들을 직접 은행으로 보냈다. 은행은 문씨의 계좌를 ‘범행 의심 계좌’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2800만원이 입금돼 문씨가 이를 찾으러 오자 은행 직원은 사기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보이스피싱으로 85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국내관리책 이모(24)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대포통장 명의를 대여해 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문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검사사칭 보이스피싱 사기범 2명 구속
입력 2016-11-1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