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국의 시험장 앞은 예외 없이 선배들의 ‘파이팅’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각종 입시·학사 특혜 의혹을 받는 정유라(20)씨에 대한 분노가 시험장 곳곳에서 표출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고 앞에 응원 나온 중경고 2학년 김현(16)양은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며 정씨 사건에도 입시 응원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했다. 수험생 경복고 3학년 이오성(18)군도 “우리는 발버둥치는데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대학에 간다는 사실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우울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하윤정(46·여)씨는 아들이 시험장에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교문 앞에서 서성였다. 그는 “아이가 수시에서 떨어지고 많이 힘들어했는데 시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짠하다”며 “내가 정유라 이야기를 하면 아이가 ‘멘탈’ 잡아야 된다며 수능 끝나고 듣겠다고 하더라”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깜짝 등장했다. 조 교육감은 “수능으로 교육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으면 좋겠다”며 최근의 사태로 좌절했을 학생들을 격려했다. 학부모 이모(47)씨는 미처 전달해주지 못한 도시락을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씨는 “아들이 휴대전화도 받지 않아 어떻게 도시락을 전달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입실 시간이 2분가량 남은 오전 8시8분쯤 순찰차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달려오기도 했다.
올해도 경찰의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경찰은 전국적으로 1328건의 긴급수송을 지원했다. 한 경복고 학생은 원래 시험장인 성동고 대신 성동공고를 찾았다. 이 학생은 대기 중이던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입실 마감 10분 전에 무사히 성동고에 도착했다. 오전 7시30분쯤 서울 관악구에서 한 여학생이 빌라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관악소방서와 봉천지구대가 달려가 학생을 시험장인 당곡고로 데려갔다.
시험이 끝난 오후 5시쯤 여의도고에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국어가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문일고 백승우(18)군은 “국어 지문이 길어서 다소 어려웠다”면서도 “수능이 끝나서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어디선가 “드디어 끝났다”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오후 7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박근혜 하야 고3 집회’가 열렸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집회에 참석한 혜화여고 3학년 김다연(18)양은 “수능이 끝나면 꼭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가현 최예슬 김판 기자 hyun@kmib.co.kr
정유라에 대한 분노 곳곳서 표출됐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대로 열심히 하면 돼”
입력 2016-11-17 18:39 수정 2016-11-17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