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조난자 수색·구호품 전달 캔커피 배달까지 거뜬히 수행

입력 2016-11-17 18:58
16일 강원도 영월군에서 열린 드론 시범사업 공개시연회에서 엑스드론사의 XD-X8U가 그물에 담긴 구호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아래는 캔커피를 편의점에서 목표지까지 배달하는 드론의 모습. 뉴시스

16일 강원도 영월군청에서 3.5㎏짜리 정찰용 드론(무인 비행장치)이 ‘위잉’ 소리를 내며 떴다. 영월소방서에 높이 798m의 봉래산을 오르던 등산객이 조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직후였다.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이 조난객을 찾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됐다. 정확한 위치와 화상 정보가 전송됐다.

잠시 후 KT 영월지사에서 검은색 드론이 떴다. 소방서가 조난자 상태를 확인하려면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데 조난자가 있는 곳은 통신이 되지 않았다. 정찰용 드론이 전송한 좌표를 따라 조난자의 머리 위에 도달한 LTE 중계기 장착 드론이 상공에 와이파이를 개설했다. 통화 연결된 조난자는 체온이 떨어졌고 탈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곧바로 생수와 모포 등 무게 10㎏짜리 배낭을 달고 배송용 드론이 날아갔다.

이날 국토교통부가 영월의 드론 시범사업 공역에서 실시한 모의실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의 공개시연회는 조난자 수색과 통신망 구축, 구호물품 전달 임무 등 순으로 진행됐다. 깜짝 시연도 있었다. 배송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가 영월 기차역 인근 편의점에서 구매한 캔커피를 3㎞ 떨어진 시연장까지 배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었다. 캔커피는 여전히 뜨거웠다.

시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비가시권 비행을 세계 최초로 했고 최대 450m 고도비행에도 성공했다. 고층건물이나 전자파 등 도심 상공의 간섭 요인도 극복했다. 영월 지역 내에 20층짜리 아파트가 있었음에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향후 드론이 택배나 정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항공안전기술원 강창봉 박사는 “특정 상황을 가정해 복합적인 임무를 시연하는 것 역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물론 불안 요소도 있었다. 바람의 영향을 받는 탓에 착륙 과정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드론이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정부는 규제프리존법을 통해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전남도가 드론 규제프리존 지역으로 선정된 상태다.

드론 개발업체 관계자는 “사고 한 번으로 드론산업 전체가 망가질 수 있는데 우리 정부는 신산업이라고 하면 육성하겠다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면서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뒤 규제를 풀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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