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오늘 상장… 두산, 실적 개선 과제

입력 2016-11-18 00:08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 원인으로 지목됐던 계열사 두산밥캣이 우여곡절 끝에 18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다. 냉랭한 시장 반응에 공모가격을 내리고, 물량도 줄였지만 두산은 급한 불을 끄는 ‘실탄’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됐다. 두산은 지난해 구조조정 등으로 상반기 실적개선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두산이 2007년 49억 달러(약 5조7000억원)에 미국 잉거솔랜드사로부터 사들인 밥캣은 글로벌 소형장비 시장을 50년간 이끌어온 선두 업체였다.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은 격’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이 초대형 인수·합병(M&A)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세계 건설중장비 업계 순위 19위에서 7위로 수직 상승하며 건설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두산밥캣은 ‘장밋빛 희망’에서 ‘리스크’로 전락했다. 건설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고, 두산밥캣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끌어들였던 차입금의 막대한 이자비용은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유동성 위기로 몰았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두산그룹의 차입금 수준은 10조원에 육박한다. 두산밥캣 상장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두산밥캣 상장은 순탄치 않았다. 애초 4898만1125주를 주당 4만1000∼5만원에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두산은 공모가를 3만원으로 낮추고 물량도 3002만8180주로 줄여 재상장에 나섰다. 자금조달 규모를 당초 1조원 안팎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 날에 진행된 일반청약 경쟁률은 불안한 심리 탓에 0.29대 1로 미달됐다.

다행히 이후 트럼프의 인프라산업 확대 공약이 주목받으며 남은 물량은 기관투자가들에 모두 팔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상장으로 2500억원가량의 자금 확보를 예상하고 있다. 기존 보유 현금 2000억원까지 포함한 자금으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5500억원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두산 등 그룹 전반의 연쇄적 재무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두산은 내년에도 반드시 실적을 호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18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062억원의 이익을 냈던 2분기보다 낮아졌지만 지난해 비해 실적개선이 뚜렷하다.

이런 실적개선의 절반 정도는 두산밥캣에 의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17일 “꾸준히 실적이 호전되고 주가가 상승하면 그룹의 재무구조도 개선 여지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인프라산업 확대 공약이 현실화되면 두산에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 3월 박정원 회장 취임 전후 숨 가쁘게 진행됐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 방산업체 두산DST 매각 등 구조조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내년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란 예상 하에 사업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