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다음주에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혀 검찰의 수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검찰은 당초 최순실씨가 기소되는 20일 이전인 16일에 조사하려 했으나 유 변호사가 16일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해 18일로 조사 시기를 조정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유 변호사는 변론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부담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라고 언급했음에도 유 변호사가 조사 시점을 연기하자 ‘사법 농단’이라는 비난까지 일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18일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듯하다. 여하튼 늦었고 날짜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내주에 이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또 다시 연기할 경우 국민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적 진실이다. 그 게이트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선의’로 했다거나 ‘통치행위’라는 등의 수사(修辭)를 동원해 발뺌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진술한 뒤 검찰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검찰의 책무는 더욱 무거워졌다. 박 대통령의 시간끌기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냉정하게 범죄 혐의만 밝히면 된다. 그리고 혐의가 분명히 드러나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나아가 참고인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이 역시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문제다.
또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일괄 기소하면서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관여 부분을 명확히 적시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려 있다.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 등 정치적 고려는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박 대통령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이 이미 보도된 마당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담긴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 등 증거도 적지 않다. 혹시라도 검찰이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시늉만 하고 슬며시 넘어간다면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될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 조사에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검찰은 최씨 등을 기소할 때 대통령 관련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기 바란다. 이번 파문으로 큰 상처를 받은 국민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 벌어진 이유를 알 권리가 있다.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최대한 밝히는 게 옳다. 대통령 연루 부분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순간 국민의 비판은 검찰로 향하게 될 것이다.
[사설] 검찰, 대통령 범죄혐의 드러나면 국민에게 공개해야
입력 2016-11-17 19:00 수정 2016-11-17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