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야 보고있지?… 맥스의 ‘맥시멈 피칭’

입력 2016-11-17 18:36
워싱턴 내셔널스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슈어저는 17일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로 양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선수가 됐다. 작은 사진은 아메리칸리그에서 생애 첫 사이영상을 받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릭 포셀로. AP뉴시스

“하늘에 있는 동생을 위해 공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던진다.”

오드 아이(odd-eye·홍채이색증)를 지닌 평범한 투수였던 맥스 슈어저(32·워싱턴 내셔널스)가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6번째로 양대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17일(한국시간) 슈어저가 2016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2013년 아메리칸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양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수상한 선수는 일로드 페리,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이 할러데이가 있었다.

슈어저는 올 시즌 34경기에서 228⅓이닝 동안 공을 던지며 20승7패 평균자책점 2.96 탈삼진 284개를 기록했다. 다승, 탈삼진, 이닝,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등 내셔널리그 투수 4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총 192점을 얻어 2위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102점)를 가볍게 제쳤다.

평범한 투수로 출발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긋기까지 그에게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슈어저는 왼쪽 눈동자는 갈색, 오른쪽 눈동자는 파란색인 ‘오드 아이’를 가지고 태어났다. 2008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독특한 눈빛 말고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투수였다. 이듬해 트레이드를 통해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었지만 새 둥지에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눈에만 관심을 갖던 관중에 실력을 보여주게 된 것은 평소 끈끈한 우애를 자랑했던 친동생의 죽음 이후 부터다.

동생 알렉스 슈어저는 성장통을 겪던 형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존재이자 최고의 팬이었다. 알렉스는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통계·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를 이용해 수시로 슈어저의 투구를 분석했다. 또 “지금 형은 운이 따라주지 않을 뿐이야. 언젠가는 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될 수 있어”라며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슈어저는 동생 알렉스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샘솟았다. 동생의 응원에 힘입은 때문인지 2010년 이후 그는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갔다.

그렇게 믿고 의지하던 알렉스는 2012년 여름 우울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슈어저는 스스로에게 분노했다. 알렉스에게 도움을 받은 자신이 정작 동생의 남모를 아픔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했다. 흔들릴 때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을 떠올렸다.알렉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듬해 슈어저는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2013년 정규시즌에서 21승 3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고 생애 첫 사이영상을 손에 쥐었다. 사이영상을 받은 슈어저는 승승장구했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매 시즌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꾸준히 두 자릿수 승수 이상을 거뒀다. 그리고 3년 만에 내셔널리그에서 다시 한 번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슈어저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경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메리칸리그에 소속된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 릭 포셀로(28)는 생애 첫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다. 포셀로는 올해 33경기에서 22승 4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했다. 포셀로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총 137점을 획득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