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해외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다. CNN방송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미국의 이해관계 변화를 빠르게 감지한 일본 지도자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소중한 로비 기회를 얻어냈다”고 호평했다.
반면 CNN은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리더십 공백 사태로 인해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첫 만남을 정상 간 유대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출국 전날(16일) 연립여당 관계자를 만나 “(트럼프와 만나) 구체적인 말보다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신뢰감을 갖도록 하는 게 포인트”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가와이 가쓰유키 외교담당 보좌관을 미국에 보내기도 했다. 가와이 보좌관은 정권인수위원회와 공화당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트럼프와 최고 수준의 개인적 신뢰관계를 빨리 구축하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의사를 전했다.
아베 총리의 미국행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아베는 TPP를 수출 확대 전략의 핵심으로 여기지만 트럼프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나쁜 협정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본의 국익이 걸린 일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아베 총리가 기민하게 나선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시대에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템플대 아시아연구소 제프 킹스턴 소장은 “아베 총리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임을 확인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베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연세대 국제대학원 존 딜러리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베의 빠른 행동은 영리하다”면서 “반면 한국은 지금 사실상 지도자 공백 상태여서 트럼프를 만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등의 재협상을 이야기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권한을 잃었다. 이러니 협상이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영리한 아베, 가장 먼저 트럼프에 로비 기회”
입력 2016-11-17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