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 시도와 맞물려 새누리당 친박계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궁지로 몰렸던 수세 국면을 벗어나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당내 비박계에 대해 연일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이정현 대표는 17일 ‘비박계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자신에게 물러나라고 한 비박계가 당의 혼란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적반하장도 지나치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에도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만 보던 친박 지도부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더욱이 친박계는 이 대표가 비박계의 사퇴 압력에 맞서 내놓은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가 불참할 경우 ‘반쪽 전당대회’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리 되면 새누리당은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일보가 새누리당 전체 의원 129명을 상대로 박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절반이 넘는 68명(52.7%)이 하야, 탄핵, 2선 후퇴 등 임기 단축 또는 권한 제한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권한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의원은 단 1명에 그쳤다. 친박 주류 의원 28명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속한 여당 의원들에게 물어본 결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야당이 똘똘 뭉쳐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경우 여당에서 29명이 이탈하면 통과될 수 있는데, 현재 새누리당 내부 분위기로는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쯤 되면 새누리당은 ‘한 지붕 두 가족’ 수준을 넘어섰다. 회의와 모임도 친박과 비박이 따로 하고 있고, 서로를 향한 삿대질에서는 동료애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의 새누리당은 정치 철학이나 정책의 유사성을 가진 정당이 아니다. 박근혜라는 유력한 정치인을 중심으로 모여 그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정치 결사체 성격이 짙다. 더욱이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보수의 가치마저 훼손해 버린 정권에서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것도 우습다. 따라서 국정수습 능력을 상실한 채 국민에게 추한 모습만 보이는 새누리당은 해체하는 게 맞다.
[사설] 친박 주도의 새누리당 해체할 때 됐다
입력 2016-11-17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