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전서 역전승에 기여한 전북 살림꾼 이재성, 亞 챔스리그 정복 나선다

입력 2016-11-18 04:03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에 선제골까지 내줬다. 경기가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후반 18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을 불러들이고 이재성(24·전북 현대·사진)을 내보냈다. 경기 흐름이 확 달라졌다. 이재성이 투입된 후 한국은 두 골을 뽑아내며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재성은 우즈베키스탄전의 ‘언성히어로(unsung hero·묵묵히 역할을 수행해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였다. 슈틸리케호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이재성은 이제 소속팀을 위해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이재성은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알 아인(아랍에미리트)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에 출장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은 이재성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인 이재성은 오른쪽 측면에 자리를 잡았다. 벤치에서 대기하며 체력을 비축한 이재성은 측면을 돌파하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결국 탄탄했던 우즈베키스탄 수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며 헌신하는 이재성의 모습은 박지성을 연상시켰다.

알 아인과의 결승에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선봉에 서는 이재성은 “5년 만에 다시 ACL 결승전을 치르고, 10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꼭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겠다. 이번엔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지난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이재성 등 6명을 대표팀에 내준 뒤 전력 약화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절정의 기량을 펼쳐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 아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 아라비안 걸프 리그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 중이다. 좌우 측면 공격수들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전북은 ‘닥수(닥치고 수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북은 알 아인을 꺾으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유럽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재성에게 클럽월드컵은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무대다. 이재성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라나다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스포르팅 리스본,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셀틱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