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네. 국민일보 사회부 김지방 기잡니다.”
-제가 30년 동안 국민일보를 봐온 독자인데요, 요즘 국민일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뭐가 심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지난 주말 촛불집회 기사는 크게 다루면서, 왜 구국기도회는 보도도 하지 않나요?
“아, 네. 촛불집회에 사람이 훨씬 많이 모이다 보니 그쪽에 지면을 더 많이 할애했습니다. 평소에 나라를 위한 기도회는 적지 않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태민씨가 30년 전 육영재단에서 전횡을 휘둘렀다는 기사도 그렇습니다. 옛날 얘기 꺼내서 어쩌자는 겁니까.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도하는 거야 이해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과도 연관이 있어 그렇습니다. 왜 대통령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 그 뿌리가 어딘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도 인생에서 겪은 아픔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다 알잖아요. 그런 사정도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이 지난 일들을 다 들춰내고 그러면 어떡합니까.
“육영재단 직원들도 직장에서 잘리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권력자의 아픔은 헤아리고 약한 사람들의 심정은 모른 척하는 게 기독교 정신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일보는 기독교 정신으로 만들어진 신문인데, 주기도문도 모르십니까. ‘우리에게 죄지은 사람을 용서해준 것 같이 우리 죄도 용서해 주옵시고’. 대통령을 너무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건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 죄인 아닙니까.
“대통령 개인을 조롱한 적은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공인으로서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 거지요. 기독교 교리에서도 용서를 받으려면 죄를 인정하고 회개해야 하지 않습니까? 죄인임을 깨닫고 뉘우치게 돕는 역할도 언론이 할 일 아니겠습니까.”
-아니 검찰도 있고 경찰도 있는데 왜 언론이 나서서 이럽니까.
“언론도 권력 부패를 감시하는 데 부족한 게 많았지만 검찰이나 사정기관도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언론이 나서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먼저 앞장서지는 못했지만 사실을 최대한 확인해서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성경에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말씀도 있는데….
“세례요한도 헤롯왕이 잘못했을 때 비판했지 않습니까. 구약 시대 선지자들도 하나님이 왕을 비판하라고 하면 목숨 걸고 나가서 쓴소리를 했습니다. 하나님 명령을 전달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선지자는 거짓 예언자라고 성경에 쓰여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언론 보도는 지나칩니다. 국민일보도 그래요. 확인되지 않은 요상한 소문까지 다 보도하면서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모독하려 했을 리가 있습니까. 자극적 소문만 따라가거나 침소봉대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보도 때문에 요즘 신문사 편집국으로 독자들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 기자가 받은 몇 통의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봤다.
논란이 큰 이슈가 터질 때면 항의성 전화가 많다. 힘 있고 돈 있는 그 누구의 항의보다 우리 신문을 읽는 독자의 목소리가 가장 무섭다. 더 귀 기울여 더 많은 독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다만 “너희 신문은 무슨 색깔이냐”는 의심만은 거둬주시길 부탁하고 싶다. 진실을 보도하라고, 더 깊이 숨겨진 사실을 밝혀내 대담하게 보도하라고 채찍질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지방 사회부 차장 fattykim@kmib.co.kr
[세상만사-김지방] 독자와의 대화
입력 2016-11-17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