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지금 다시, 헌법] 헌법을 펼쳐라! ‘촛불’이 갈 길은 그 속에 있다

입력 2016-11-18 04:48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및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3차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헌법의 ‘헌(憲)’자가 새겨져 있는 무궁화 문양(왼쪽 위)은 헌법재판소의 휘장이다. 국민일보DB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

헌법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상징이 된 것은 근대국가 성립부터다. 근대국가란 권력의 주체가 전제군주에서 국민으로 바뀌면서 세운 독립국가를 말한다. 그 이전에 모든 권력은 왕 한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당시 왕권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여겼다.

전제군주제도를 깨뜨린 것은 사람들의 권리의식 때문이었다. 바로 주권의 혁명이었다. 군주를 몰아낸 근대국가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국가기관을 구성했다. 그렇게 통치를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주권자인 국민 사이의 관계를 밝혀놓은 것이 바로 헌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헌법을 읽어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헌법은 전문과 부칙을 제외하고 130개의 조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제처가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 접속하면 누구나 쉽게 헌법 조문을 볼 수 있다. 15분 정도면 정독할 수 있지만 헌법은 그동안 까마득한 존재였다.

최근 평범한 국민들이 헌법을 입에 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바로 국정농단을 가져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이다. 덕분에 헌법을 재발견하게 된 국민들은 헌법 제1조(국민 주권주의)와 67조(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소환, 대통령에게 위임한 그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역시 헌정 중단을 이유로 국민적인 하야 요구에도 버티고 있다.

‘지금 다시, 헌법’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헌법 해설서다. 참여연대 창립멤버이자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온 차병직 변호사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윤재왕 교수, 비영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시민의 교과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표제부터 부칙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주석을 달았다. 특히 다양한 사례를 활용해 헌법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한 것이 장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과 그에 대한 견해를 통해 헌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출간됐던 ‘안녕, 헌법’의 개정판으로 지난 7년간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통진당 해산 결정, 미디어법 파동, 세월호 사건 등을 추가했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룬 것은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다. 30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2장에서 의무를 규정한 것은 납세와 국방에 대한 두 조항뿐이다. 따라서 제2장은 국민의 권리, 즉 기본권에 관한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주권자의 권리는 투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주권자로서의 책임의식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석희 JTBC 사장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중략) 저자는 ‘헌법의 이해는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나는 여기에 더해 헌법은 시민을 위한 ‘교양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는 추천의 글을 썼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