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J 주치의’ 지낸 허갑범 원장 “대통령 진료땐 주치의·의무실장 대동”

입력 2016-11-17 04:01

“과거에는 대통령의 모든 진료에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의무실장이 대동했다. 또 주치의는 대통령에게 민간에서 처방한 약이나 한약은 누가 가져오더라도 드시면 안 된다고 요청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79·전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사진) 허내과의원 원장은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 원장은 “(외부 의사가 대통령을) 독대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허 원장은 주치의가 되자마자 김 전 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첫째로 대통령은 민간약이나 한약 등을 누가 가져오더라도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로 외부에서 뭘 가지고 올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대리처방 의혹의 중심에 선 전 차움의원 의사 김모(2014년 2월 퇴사)씨의 진료 행태는 이런 전례에서 크게 벗어났다. 2013년 8월부터 박 대통령의 자문의로 위촉된 김씨는 최순실(60·구속)씨 언니 최순득(64)씨의 이름으로 비타민제 등 영양주사를 처방해 직접 청와대에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았다고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진술했다.

허 원장은 “자문의는 기능상 주치의나 의무실장의 컨트롤 하에 있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의 치아가 안 좋다면 사전에 주치의에게 연락이 와 누가 오니 시간 맞춰 오면 좋겠다는 요청이 온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대통령 진료는 다른 모든 의료 행위처럼 의무실에서 모두 기록을 남겼다”며 “주무시는 것은 어떤지 감기 처방은 어떻게 내릴지까지 당연히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에서 최순실씨 이름으로 혈액 검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사람의 건강은 프라이버시”라면서도 “과거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답했다.

허 원장은 “청와대 의무실과 관련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실의 규칙은 불문율로 전해온다”며 “의료는 공적 영역이 아닌 환자 개인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사적 영역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전날 얘기한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한 것과 연관될 수 있는 대목이다. 차움의원의 대리처방 의혹에 의무실 규정 미비를 근거로 대통령의 사생활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